살찐 근육돼지로 살기는 싫어
"원장님, 운동하던 사람이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사회생활하는 사람이 맨날 운동만 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 피트니스 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헬스센터 원장한테 물었다.
그녀가 말한다.
"운동 안 하면 살찐 근육돼지가 되는 거죠."
"네?" 그 말에 내가 놀라니 눈을 동그랗게 뜨그 그녀를 보니 원장이 얼굴에 웃음을 띄며 말한다.
"이제 어쩔 수 없어요. 평생 저랑 운동하면서 헬창이로 사셔야 되요"
대회만 마치면 편해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살찐 근육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죽을 때까지 헬창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골근격량이 30kg이 넘는 상황에서 9~10%까지 줄여놓은 체지방이 다시 20%를 넘기게 되면 도대체 몸무게가 몇이 된다는 말인가? 그럼 175cm인 내 덩치가 얼마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인가? 상상하기도 싫다.
그녀의 상술에 당한것이다.
바디프로필 100일 챌린지에 혹해서 도전했다가 중년여성분들은 원장이 직접 지도한다는 말에 회당 다른 트레이너 보다 비싼 금액으로 그녀와 PT 계약을 했고 프로필 촬영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새우셔야죠? 라는 말에 다시 자극을 받아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무관이 손바닥만한 비키니를 입고 무대에 올라가서 흉이 잡이지 않을려면 정말 열심히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6일 이상을 하루 3시간 이상 땀을 흘리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제 끝이려니 싶은 순간에 다시 시작인 것이다. 이번 도전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내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2023년 5월 피트니스 대회에 나간 이후로 지금까지 유지어터로 살았다.
2022년 2월 웨이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175cm에 몸무게가 68, 69Kg이었다. 아이 둘 낳고 62,63kg이었던 몸무게가 미국살이를 하는 2년 동안 매끼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몸무게가 65, 66Kg이 되었다.
MBA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는 한국 음식이 미국보다는 건강식이니 자동으로 살이 빠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동안 못 먹은 한국음식에 대한 갈망이 식욕조절을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은 인생 최고 몸무게인 68kg을 넘어 69kg이 되었다. 까닥 잘못하다가는 70kg이 될 상황이 되었다.
이미 오십 대에 들어간 나는 흔히 말하는 나잇살이 팔 밑에, 엉덩이 밑에, 허벅지에, 그리고 턱 밑에서 점점 두터워지고 있었고, 175cm라는 장신을 가진 여자가 살까지 찌면 코끼리가 될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과거에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시간적 여유가 없던 여자고객의 세신을 마치고 홀(Hall)로 들어오는 세신사가 욕탕문을 닫으면서 다들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한다.
"아휴 그 여자 억수로 깝치네. 그렇게 바쁘면 일찍 오던지, 목욕을 하지 말던지. 몸이라도 날씬하면 금방 할 텐데 덩치는 코끼리만 해가지고 살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해서 때밀기는 얼마나 힘들던지"
살찌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은 그때부터 생긴 것 같다.
나도 관리 안 하면 그 세신사가 말하는 코끼리가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사람들이 키 큰 나한테 부담감을 느끼는데 뚱뚱해진다는 것은 내 사전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지른 것이 바디프로필 100일 챌린지 도전이었고 그 다음 해인 2023년에는 피트니스 대회까지 출전하게 되었다. 그때 내 기록은 175센티미터에 몸무게 58kg, 체지방 9%, 골근격량 31kg이었다.
대회를 출전한 후 2년째가 되었다. 물론 예전만 하지는 못하지만 난 여전히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있다. 요즘 내 기록은 몸무게 63~64kg에, 체지방 16~17%대, 골근격량 29kg이다. 비록 운동을 한창 할 때처럼 일주일에 6번씩 짐에 가지는 않지만 최소 3번에서 4번까지는 하고 있다.
몸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이어트가 함께 따라줘야 한다. 저탄수화물에 고단백, 저지방식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치팅을 하면서 빵이나 디저트, 치킨, 특히 과일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곤 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기록을 유지하는 것 보면 아마도 세포에 운동했던 기억이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유지만 한다는 것은 참 재미가 없다. 목표가 없으니 설렁설렁하게 되고 무게도 예전만큼 감당할 수가 없다. 나를 트레이닝시키는 코치도 재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느 날 제안을 한다.
"회원님 바디프로필 무료로 찍을 수 있는데 한번 해보시겠어요?"
"그래요?"
"최근에 새로 생긴 스튜디오가 있어요. 새로 오픈하다 보니 홍보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센터하고 거기하고 협약을 맺었어요. 한 달에 두 명 정도, 트레이너나 몸이 만들어진 회원들 대상으로 무료로 바디프로필을 찍고 홍보하는 걸로요.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 안 그래도 목표가 없으니 운동할 맛이 안 나네요."
"그럼 하시는 거죠? 잘 결정하셨어요. 날짜는 4월로 한번 알아보고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4월 12일에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었다. 38일 후다. 한 달 조금 더 남은 상황에서 얼마나 기록을 좋게 할 수 있을까?
2월부터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우선은 주 3회 하던 운동량을 늘려야 했다. 퇴근 후 운동하는 것은 모임이 생기는 등 변수가 많아서 횟수를 올리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코치한테 트레이닝을 받는 화요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아침에 운동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아침에 1시간 30분을 운동하기 위해서는 센터에 6시까지는 가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 후 소금물과 아르기닌을 챙겨서 먹고 운동하고 출근 한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아침 운동 덕분에 일주일에 6번은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이제 3월이다. 지방을 낮추기 위해서 유산소를 늘려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 유산소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운동하는 날에는 저녁에 집에서 자전거를 탔고 저녁에 PT 등 운동을 하는 날에는 아침에 집에서 유산소를 했다. 그렇게 한지 4일이 되었다. 오늘 아침 운동 전에 인바디를 하였다. 몸무게 63.3kg, 골근격량 30.2kg, 체지방율 14.3%인 9.1kg이 나왔다. 내 기록이 최고일 때 7kg인 걸 감안하면 한 달 내로 2kg을 빼야 한다.
최근 내가 팔로잉하는 트레이너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훈련시키고 있는 선수라며 훈련 전후 인바디 결과를 캡처해서 올렸는데 그 기록이 놀랍다. 25일 만에 골근격량이 22.2kg에서 24.9kg이 되고 체지방이 15.2kg에서 10.8kg이 되어 있었다. 기록은 믿기 힘들었다. 일 년에 1kg 올리기도 어렵다는 골근격량이 한 달도 안 되어서 2.7kg이 늘었고 더군다나 체지방은 약 5kg가 감소되어 있었다.
그날 저녁 코치한테 트레이닝받는 중에 물으니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거란다.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에요."
그렇게 웨이트 쪽에는 약물사용이 빈번한가 보다.
나는 2023년에 PCA에 참여했는데 알고 보니 이 대회는 약물 사용자도 참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내추럴 대회는 앞에 N이 붙어 NPCA로 별도 대회가 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몰라 PCA 대구 대회에 출전했던 거였고 노비스 비키니 2위와 시니어 부문에서 2위를 하였다.
운동만으로 짧은 시간에 기록을 향상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카니보어 식단을 시작했고 3일째이다. 고기와 지방, 버터, 달걀, 그리고 충분한 수분 외에 모든 것을 배제한 다이어트 식단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원료로 쓰기 때문에 단기간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고 Dr. Shawn Baker 박사는 말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단백질과 물을 섭취하면 근육생성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 몸에 우선 일주일간 실험해 보기로 했다. 1주일 후 기록이 향상되면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할 생각이다.
식단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영양과 건강 최적화 분야 최고 권위자인 Dr. Rhonda Patrick 박사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 또한 카니보어 식단을 장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하바드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29명의 참가자 중 95%가 카니보어 식단을 통해서 에너지, 정신적 명확성, 집중력, 근력 증가 등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보였다고 조사되어 있었다.
건강분야에도 권위자인 그녀는 일주일에 5~6시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의 이점에 대해서도 말하였는데 이런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2년 이상을 한 사람의 심장 나이는 20살이나 젊은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하루에 1시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Norwegian 4 * 4 프로토콜이라는 운동법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녀는 이 운동법을 획기적이라는 하였다. 이 운동은 4분 동안 전력으로 질주하고 3분간 여유롭게 걷기를 하는 것을 4세트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심장기능이 좋아져서 나이보다 젊게 나오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심장도 작아지고 제 기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의 모터인 심장이 생생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당상 당신이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심장나이가 스무 살이나 어려진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지금 내 심장이 내 나이보다 스무 살 어리다는 것이다. 내가 아직까지 열정을 어떻게 하지 못해 이것저것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힘이 난다. 젊은 심장을 갖고 있는 나, 스스로가 너무 멋지고 대견하다.
그래 이렇게 뜨거운 심장으로 내 삶의 마지막 날까지 기쁘게 활기차게 살아야겠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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