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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라나 생각

돼지는 죽을 때 왜 웃을까?

웃음으로 위장된 생의 마지막

by Rana


집에 가는 길 어느 국밥집 솥 안에서

돼지머리들이 푹 삶아지고 있다.

누가 보아도 끝난 생인데,

그 입꼬리는 이상하게 올라가 있었다.


일부러 만든 것도 아닌데,

꼭 마지막 미소처럼 보인다.


이건 웃음일까, 아니면 애써 외면해 온 비명일까.

마치 살아있는 내내 울 수 없었던 존재가,

죽어서야 겨우 감정을 드러내는 듯하다.


나는 삶기고 있는 돼지 얼굴의 미소를 보면서

어떤 체념을,

어떤 복종을,

그리고

어떤 슬픈 유머를 읽었다.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억지로 힘주어 만든 웃음,

평생을 ‘괜찮은 척’하며 살아야 했던 이들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는 표정.


웃고 있으니 괜찮아 보였고,

괜찮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죽는 날까지

진짜 감정을 모른 채

웃고 있는 표정을 연기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그 길 위에 서서

허연 김이 올라오는 가마솥 안 돼지를

나는한참동안 바라보며 서 있다.





• ‘나는 왜 웃고 있는가?’

• ‘진짜 내 감정은 어디에 숨었는가?’

• ‘세상이 원하는 표정은, 왜 늘 웃음인가?’

• ‘죽는 순간까지 웃는 얼굴을 강요하는 사회는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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