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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바이러스

팬더믹 속 다시 노래할 날을 꿈꾸며

by Rana

코로나 청정지역이던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타났다. 더군다나 그녀가 감염 증상의 발현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전국을 거침없이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슈퍼 전파자 가능성이 높아졌도 결국 우려가 사실이 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커져가는 공포심에 일부에서는 대구를 봉쇄하여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해묵은 지역 갈등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대구의 방역이 무너지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는 정부와 시민, 의료진 등 나라 전체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위기감 속에 방역을 위한 대구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의 단합된 집중력에 슈퍼 전파자에 의해 무섭게 전파되던 바이러스는 발발 후 두 달이 경과한 5월 말에는 확진자 수가 기적적으로 0이 되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바이러스 종식 선언까지도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6월이 왔다.


접촉을 자제하고 움츠려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고 그동안 사적 모임을 자제로 인해 합창 연습을 못하고 있던 대구 재즈 싱어즈도 이제 곧 연습을 재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멤버들도 조금씩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어느 날 줌 미팅에서 지휘자 요한이 세계 합창 게임 주관사인 독일의 인터쿠트르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대신 가상 합창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우리도 참여해보는 게 어때? "

그는 먼저 단원들에게 왔고 의사를 물었다.

우리는 대답 대신 희망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한번 해보자"


가슴속 작은 나비는 대구 재즈 싱어즈에서만 펄떡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의 인터내셔널 친구들 가슴속에는 이미 커다란 나비를 키우고 있었다. 미국으로의 출국일자를 받아 든 수지와 미첼로 인해 우리 여섯 명이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였다.

"헤이, 친구들. 우리도 뭔가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 수지와 미첼이 출국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추억을 만들려면 말이야" 코코가 말했다.

"당연하지, 다음 우리 목적지를 어디로 할까? "

"경주로 글램핑 하러 가는 건 어때?"

"그래 그거 좋겠다. 그럼 내가 밴하고 숙소 하고 알아 볼게"

그렇게 합창단도 우리 미미랜드 가족들도 들뜬 6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뭔가 부족해"

가상 합창대회에 보낼 영상을 제작하던 수석 지휘자 영우가 말한다. 각 단원들의 노래하는 모습만 있는 단조로운 영상을 보면서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재미 요소가 필요한데, 그게 없네. 이걸 어떻게 풀면 좋을까? "

"...."

"그럼 각자 고민 좀 해서 영상을 준비하도록 하죠. 내레이션도 좋고, 아니면 짧은 영상 클립을 만들어도 좋고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 어떤 것을 쓸 것인지 결정하고 최종 참여 영상을 확정 짓도록 해요"


숙제가 쥐어졌다. 순간 나는 우리 인터내셔널 패밀리와 이번 주 글램핑 가면 같이 찍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흥이 많은 친구들이라 뭔가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경주로 향하였다.


글램핑 장소는 산 아래 평지를 고라서 마련되어 있었다. 캠핑장 옆에는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모든 텐트는 예약되어 있었다. 날씨는 6월 초이지만 이미 30도를 넘긴 대다가 캠핑 사이트 및 주변에 나무 그늘 하나 없어서 무더웠다. 다른 예약자들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수지와 미첼, 코코와 제리 그리고 미미와 나로 나뉘어서 예약해둔 세 개의 텐트에 흩어져서 각자의 짐을 풀었다.


"보드카 크렌베리 마실래?"

미미가 가장 좋아하는 드링크다. 미미는 항상 두 개의 커다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데 그중 사이즈가 더 큰 건 물통이지만 나머지에는 항상 그녀가 좋아하는 그것이 가득 담겨 있다. 물을 마시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어떤 텀블러를 그녀가 들고 있으냐에 따라 물일 수도 물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이지"

어느덧 내 잔에는 그녀가 따라주는 핑크빛 드링크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라나, 여기 고기하고 야채하고 구워놨으니 샌드위치 만들어 먹어"

마마 수지가 말했다.

"너무 맛있겠다."

바베큐 그릴에서 준비된 재료를 열심히 굽고 있는 수지 옆으로 다가갔다.

미첼과 제리는 벌써 얼큰하게 취해 한 구석에 편안하게 너부러져 있다.


바싹하게 구운 빵에 소고기를 올리고 각종 구운 야채에 미미가 준비해 온 으깬 아보카도를 잔뜩 얹고 그 위에 맛있는 치즈까지 올려서 한입 크게 물었다. 베어 문 샌드위치 옆으로 속재료가 즙을 흘리면서 삐져나온다. 얼른 소스와 즙이 범벅이 되어있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묻어있는 것들을 훔친다.

"하하하하 너무 많이 넣었잖아~"

손가락을 빨고 있는 나를 보며 한참을 웃던 미미는 물티슈를 던지면서 말한다.

"맛있는 게 이렇게 많으니 내 샌드위치가 자꾸 더 뚱뚱해지잖아~"


그렇게 즐거운 하루는 보내던 중이었다. 더 친구들이 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우리 합창단이 가상 합창대회 참여하는 거 알지?"

다들 나를 쳐다본다.

"거기 보내는 영상 제작 중인데 영상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재미 요소가 없어서 그걸 각자 만들어 오라고 하네. 그래서 내 생각에 우리 팀들이 코로나 관련해서 메시지 영상을 만들었으면 해"

"뭐~ 영상을 만든다고?"

제리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응, 그리고 코로나와 관련된 메시지가 좋을 것 같아."

그러자 코코가 제리 옆으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제리 얼굴을 잡고 옆으로 획 돌리면서 외친다.

"킬 더 바이러스~"

그 모습을 본 우리 친구들이 배꼽을 잡는다.

"뭐야 그건 넥 슬라이드네~~"

"근데 너무 좋은데, 저걸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오우케이, 렛츠 겟 잇"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 클립은 당연히 합장단 동영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를 맞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가상 합창대회이지만 전 세계에서 300개가 넘게 참여하였고 대구 재즈 싱어즈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전체 준우승을 하였고 대구 재즈 싱어즈의 역사에 한 줄을 기록하였다.


"Kill the virus, We miss the moment, the moment we sang together"


경주 글램핑 사이트에서 찍은 동영상 코코&제리, 수지&미첼, 미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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