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페스티벌 브이아이피 룸에서 생긴 황당 에피소드
요즘은 지방정부도 외교를 활발히 한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수 십 개의 자매우호도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가 광역지자체인지 기초지자체인지 아니면 교류하려는 도시의 외교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타깃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개념이 약했다. 글로벌 교류 협력에 대한 경험이나 콘셉트 없이 자매 우호도시 관계를 맺던 과거에서 벗어나 그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지금은 활발한 문화예술 및 인적 교류에서 시작해서 경제 산업분야 협력까지 확대되는 등 지방외교에서도 실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 2030년까지 300종 이상의 국제표준 선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자 한다. 그만큼 지 방정부 업무에서도 외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실리외교가 강조되면서 국가 간 협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도시 간의 협력 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은 미국과 우리나라 양국 교역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글로벌 메이커가 많은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자 동차 부품사가 많은 대구, 또는 글로벌 메이커들의 1차 밴드사가 많은 멕시코 몬테레이와 대 구의 2차, 3차 밴드사와의 협력 등 도시 간 주력산업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외교가 이루어지고 자매결연이 맺어진다.
글로벌 도시 간 경쟁은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욱 치열한데, 패스트팔로우는 패배자가 되는 승자독식 시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대구는 5+1 산업이라고 불리는 의 료, 미래형 자동차, 물,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본격화된 지금 미래 신산업 분야를 선도하고자 한다면 신기술분야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글로벌 협력과 네트워크 확대를 서둘 러야 한다.
이제는 지방도시라도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로 살수가 없다. 지방외교 분야에서 국제적 감 각은 물론 지역 산업과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거시안적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정책기획자로서의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대구는 데이터기반 스마트시티 실증도 시로 2018년 선정되었고 그 후 글로벌 스마트시티 세계표준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스마트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략관리 과제를 발전시켜왔으며, 2020년 광역지방 자치단체 최초로 스마트시티 국제표준을 획득하고, 영국왕립표준협회(BSI Group)로 부터 인 증서를 받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아쉽게도 글로벌 교류협력분야에 대하여 폄하하는 태도도 여전히 존재하고 얼마 전 고시된 2022년부터 외국어에 대한 근무평점 시 가산점이 없어 진다고 예고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글로벌 지구촌 시대에 맞는 방향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 다. 어느 날, 공지사항에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떴다. 할 말이 많다. 그러나 하지 않겠 다. 왜냐면 의견을 내면 조직 내에 튀는 사람이 되고 결국은 다루기 힘든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라는 뜻의 SNS 신조어)이다.
재작년 대구치맥페스티발에서 자매우호 도시가 있는 나라의 대사들을 VIP로 초청을 했다. 대구는 대만 타이베이와 가오슝, 중국과는 청두, 우한 등 9개 도시와 교류 중인데 중국대사 와 대만총영사 초청을 두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두 나라는 양안관계 (Cross-Strait relations)라 불리는 특별 관계에 있어 같은 행사에 두 대사를 동시에 초청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유엔총회의 표결로 인정된 ‘중국의 정통 정부’로 그 대표성을 국제 사회에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유엔에서 탈퇴한 대만은 2016년 5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 임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독립적인 외교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기 때 문이다. 중국은 두 나라의 대표성을 갖고 참석하려 하고 대만은 독립성을 주장하며 참석하려 한다. 이러한 대립관계로 인해 두 대사를 동시에 초청하는 것은 무척 민감한 사항이다.
그러던 중 중국대사 측에서 대만총영사가 올 경우 참석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에 게 중국은 대만보다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나라였다. 결국은 대만은 제외하고 중국만 초청 하였다. 그러나 대만총영사 또한 대외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 임무이기 에 정식 초청장이 없어도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두 대사가 좁은 VIP라운지에 함께 있는 가운데 중국대사가 시장에게 공식적인 항의를 할 경우였다. 개연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담당자로서 지역의 대표축제에서 얼굴을 붉히는 불편함을 막아야 했다. 과장은 중국대사를 담당하고 나는 대만총영사를 맡기로 했다.
비좁은 라운지에 중국대사가 먼저 와서 시장과 환담을 하고 있던 중 대만총영사 일행이 도착했다. 우선 행사장을 안내하려 했으 나 시장께 인사하겠다며 라운지로 들어갔다. 나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은 좁은 공간 에서 많은 초청인사들 속에서 중국대사와 대만총영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우리 각자 두 사람을 졸졸 쫒아 다니며 안절부절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의 블랙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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