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타인의 고통을 같이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쩌다 내가 글을 쓰게 되었을까?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에 독서량이 많지도 않다. 그리고 오랫동안 예스맨으로만 일해와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가끔은 주위의 독서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혹시 000 책 읽으셨어요?' 아니면 '000 작가 아세요?'라고 물으면 그제야 평서 독서에 소홀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며 '아뇨'라고 답하거나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책을 냈다. 그 책이 '공무원 라나언니'이다. 오랫동안 말 못 하고 안으로 삭혔던 응어리를 토해내는 과정이었고 내 나이 51세가 되던 2021.10월이었다. 책 출간을 계기로 공무원교육원 강의계획담당자의 연락을 받았고 신입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공직생활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강의를 하게 되었다.
1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임용대기자가 손을 들었다.
"네, 저기 파란 상의 입으신 분? 어떤 질문이죠?"
"안녕하세요, 오늘 강의 잘 들었습니다. 그럼 작가님이 읽었던 책중에서 혹시 지금 저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지요?"
"?,,, 네, 저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추천합니다. 버락 오바마가 감동 깊게 읽은 책이라고 해서 저도 보게 되었는데요 전통을 따르거나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천재성을 찾아야 한다 라는 부분을 읽고 저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쩌면 그 생각이 책을 출간하는 것까지 이어졌을 수 있습니다."
당시 실제로 이 책을 보고 있어서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이 정도 책은 읽는다 해야 선배 공무원으로서, 작가로서 폼이 빠지지 않겠지 하는 얕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으면 그 순간을 잘 넘겼다 하더라도 속이 허하다. 자신에게 부끄럽다. 이렇듯 책과는 담을 쌓은 내가 작가가 되고 글을 쓰면서 힐링을 얻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글 쓰는 매력에 빠진 것이다.
어느 곳에 가면 공무원이라는 본업 외에 작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당시에는 얼떨결에 넘어가지만 집에 오고 나면 나에게 질문하게 된다. 도대체 작가란 어떤 사람이고 과연 내가 작가로 불려져도 되는 걸까?
서점에 넘치는 그렇고 그런 자기 계발서는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에세이나 소설은 굳이 읽을 필요 있겠나 싶었고 그런 것을 읽을 바엔 업무 관련 정책연구보고서나 정부계획서를 읽어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일하기에도 부족한데 그 시간이면 토익공부를 더 해서 점수를 높이겠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글을 쓰고 있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 글쓰기를 통한 자기 힐링을 경험하면서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있다. 글을 통해 내 목소리 내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요즘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 서점에 밀려 하나 둘 없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하면서 제2의 글쓰기 전성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원데이 글쓰기 특강에서 부터 책 출간을 목표로 한 글쓰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많은 분들이 글을 쓰고 있다. 더불어 출간도 쉬워지면서 갑자기 내 주변에 작가들이 많아졌다. 한마디로 작가 전성시대이다.
유튜브가 고속성장을 시작할 때였다. 1인 창업가, 1인 크리에이터가 미래에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미래동향 관련 보고서를 보면서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때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고령화, 저출산과 함께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창업 전성시대에 맞이하고 있다. 실패위험이 높은 일반적 창업보다는 나만의 개성, 매력 그리고 차별성을 콘텐츠로 브랜드화하여 가치를 부여하는 퍼스널브랜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스펙 사회에서 더 이상 스펙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퍼스널 브랜딩은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현대인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는 경험을 중시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의 도래와 함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그 중요성의 인식과 함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디지털포메이션이 사회 경제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작가란 무엇일까.
데이터 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업에 대한 영향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두고 AI 하고도 경쟁해야 하는 현실과 멈출 수 없는 수레바퀴가 된 디지털리제이션 시대에 지친 현대인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고 있다. 회색 빌딩 속에서 일하고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면서도 텔레비전의 '자연인이다'를 보며 위안을 받고 있는 우리. 지금 우리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작가는 여기에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위로와 위안을 주는 글을 써야 한다. 왜냐면 작가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아파할 줄 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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