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경쟁을 도입하여 공직자가 더 적극적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나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면 그분의 시정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임기 동안 추진하게 될 공약과 주요 사업이 정해지고 사업에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대구의 경우는 시정 슬로건도 '시민이 행복한 칼라풀 대구'에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로 바뀌었고 새로 갖춰진 시정 주요 사업 추진에 손발이 될 조직체계가 새로이 갖춰졌다.
먼저 민선 8기 주요 핵심사업 추진을 위해 정책 총괄단, 시정혁신단, 재정점검단, 군사시설 이전단, 르네상스 추진단, 원스톱기업투자센터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일자리 투자국이 없어지면서 일부 부서를 흡수한 혁신 성장국이 실로 승격이 되고, 일자리 투자국의 나머지 부서를 경제국에서 흡수하면서 8개 부서를 가진 대국이 되었으며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5대 미래산업 육성을 담당하게 될 ICT국이 새로이 생겼다.
조직개편이 되면 곧이어 인사 배치가 된다. 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진이다. 그래서 경쟁을 한다. 그런데 승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느 자리에 앉았는가이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혼자서 할 수도 없고 결국은 여럿이 같이 하게 되나 열매는 성과가 나는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몇몇이 가져간다. 시정의 중요한 일들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가, 과 전체가 그리고 국장에서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달려들어서 추진하게 된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그 자리에 앉으면 일을 하게 되어 있다. 능력을 보여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혹은 욕을 먹을지라도 본인이 하차할 생각이 없다면 순간만 맷집으로 잘 견디면 된다. 그것도 고생한 것으로 인정받으면서, 아님 근무평정에서 그 밑에 깔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밀려서 다른 동기들보다 1~2년을 앞서 승진하게 될 것이고 다음 직급으로 승진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그렇기에 한 우물만 파서도, 업무만 해서도 안된다.
인사부서에서 개인 역량과 관심사항에 맞춰서 맞춤형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답도 없고 골치 아픈 인사에서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 그래서 국 중심으로 인사를 한다. 지금은 인사부서와 국이 50:50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장과 과장의 직원 인사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하다. 인사권이 직원을 컨트롤하게 하는 핵심이다. 인사는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 몇 계단을 내려가게 된다. 그러므로 일반 주무관, 일반 팀장으로 있는 것보다 주무나 주무팀장, 주무과장으로 일하면서 본인이 속한 조직의 인사를 내가 담당하고 챙겨야 한다. 같은 동료들도 그가 우리보다 능력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그가 인사업무를 가져갔으니 먼저 1번을 받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근무평정 기간만 오면 모두가 민감해지고 평정결과에 따라 다툼과 갈등이 깊어지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 일부를 포기시키면 그만큼 갈등도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인사 작업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항상 안테나를 바싹 세워서 타 부서에는 이번에 누가 진급하는지, 갈 사람은 내정되어 있는지, 없다면 나보다 선임은 몇 명이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선임이 많다면 패스다. 네트워크와 인맥이 재산이고 중요성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커진다. 그런 기밀스런 정보는 일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회식도 근무의 연속이다. 우스개로 말한다. 승진하려면 잘 웃는 남자, 그냥 남자이거나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센캐 여자 직원이 되어야지 적당히 까탈스러워서는 망한다고.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노트를 요새 공부 중이다. 그는 '기업의 유일한 존재 목적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뜬금없이 왜 경영학을 얘기하냐고? 기업의 존재 목적도 이제는 단순 이윤창출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초점을 외부로 돌리고 그들에게 공헌하기 위해 고객 창출로 바뀌고 있는데 공직사회도 근무평정과 승진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 좀 더 봉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공직에 경쟁을 붙이는 것이 맞는 말인가 아니면 소신을 가지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가.
공직사회에 경쟁이 맞는 말인가? 페이팔 창립자 피터 필은 경쟁을 제거하면 모든 사람이 단순한 직업 관계를 넘어 장기적 관계 형성이 쉬어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소속감이 강한 조직은 오직 소수만이 알 수 있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기준도 코걸이 귀걸이인 상황인데 인사도 공정하지 않고 깜깜이인데 경쟁을 조직에 도입하는 것이 맞는가? 이 부분에서 미국식 공무원 제도를 참고하고자 한다. 일반직렬 공무원인 GS(General Schedule)를 보면 등급은 GS1~GS15까지 나누어져 있고 각 등급은 10단계로 구분이 되어 있다. 진급은 근무연수와 무관하며 상위직에 공석이 생길 때마다 내부, 외부 신청자들과의 경쟁을 통해 채용한다. 만약 당신이 승진에 따른 더 큰 책임감을 원치 않는다면 같은 등급으로 계속 있으면 된다. 또한 직위분류제를 채택하여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인사이동은 특정 전문분야에서만 이루어지게 만듦으로써 업무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영웅을 원하는가? 공무원이 만약 우리가 하는 것이 개혁이고 정의고 공정하다고 믿으며 영웅심리에 빠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편 가르기가 생기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잘못되었다고 보고 배척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은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사람이 아니며 중용의 자세로 모든 일에 있어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융통성 있는 공무원을 바라는가? 융통성이 적극적인 법 해석 이외의 것으로 활용되면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인사혁신처에서 편찬한 자랑스러운 공무원을 보면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매년 최상위 그룹에 올라가는 핀란드 공직사회에 대해 언급한 글이 있다. 핀란드의 부패지수가 낮은 원인으로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투명한 행정, 폭넓게 적용되는 공공성의 원칙, 민주적인 지방자치, 임무가 명확히 정의된 경찰과 사법기관의 구성, 권력 행사를 감시하는 언론 표현의 자유 등과 함께 ‘법과 규칙 앞에서 융통성 없는’ 기질을 들었다. 핀란드 공무원 사회에 히어로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되며 공무원은 법규에 따라 모든 국민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하며 편리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역할이지 사회를 선동하고 개혁하는 영웅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을 재해석하고 직권 재량을 발휘해서 특혜를 제공하는 식의 융통성은 오히려 보편적인 공공성을 해칠 수 있기에 더 철저히 법 규정을 따른다고 한다.
근무평정 철만 되면 해묵은 갈등으로 조직 전체가 시끄럽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조직에 안정을 찾고 조직원에게 강한 소속감과 신뢰를 형성하게 하여 우리도 소수만이 알 수 있다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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