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 중 으뜸은 사랑하는 것
"사랑해요"
만난 지 1주일도 안되었는데 사랑한다고 한다. 잘못 들은 건가 하는 생각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로 그는 더욱 자주 사랑한다라고 한다.
"굿모닝 내 사랑"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날씨가 추워요 건강 챙겨요 내 사랑"
"잘 자요 내 사랑. 당신 덕분에 하루하루 가슴 뛰며 살아요" 라 말하고
가끔은 아래와 같이 진지해졌다가
"우리 생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꽃을 아름답게 피워보자. 꽃 피우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사랑한다."
이제는 생활의 모든 순간에서 사랑한다라고 말한다.
"오랜만에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판받으면서도 아름다운 경치가 먼저 들어오고 공사대금 안 주려는 상대의 얄미운 변명에도 화가 나지 않는 나를 봤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도 간다. 그 마음은 알겠지만 공사대금은 지불해야지.' 이런 변화가 다 사랑하는 당신 때문이에요"
"지난 1년간의 소송에서 승소했어요. 소고기 사 먹어요. 조심해서 오세요. 빨리 보고 싶다. 내 사랑"
"오늘도 당신이 있어 기운 나는 하루를 보냈네요. 사랑해요 당신아. 내 비타민"
오십셋 동갑에 서로를 만난 우리는 지금 장거리 연애 중이다. 그가 대구로 내려올 때도 많지만 나도 자주 용인으로 올라간다. 동탄역에서 내리면 저만치서 부터 덩치 큰 사람이 소년같이 환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뛰어온다. 그리고는 살며시 안아준다. 주변에는 열차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눈치 보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꼭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 같다.
포옹했던 팔을 푸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안아줘요? 외국사람 같아~ "
"남이 뭐라 하든 이제 내 감정이 가장 중요해. 남 눈치만 보다가 하고 싶은 거 못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의 말이 맞다. 나도 오십이 넘은 이후는 남의 눈치 안 보고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줄곳 생각해왔었다. 이 세상에 내가 없이 우리만 있다면 내가 이 세상에 온 의미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나보다는 남을, 내가 속한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 공부가 안되어 있다.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가장 중요한 나에 대해서 모르고 어떻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세상에 휩쓸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를 모르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남을 위해 우리로만 살다 보면 결국 공허함이 찾아올 것이고 너무 늦게 깨달으면 인생을 새롭게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
온전한 변화를 갖겠다고 홀로서기까지 한 나 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나를 던지고 두 번째 인생을 살아 보겠다고 두렵고 떨린 모험을 하고 있는 내게 온 사람이다. 참 소중한 인연이다. 그래 어쩌면 지금은 사랑에 집중해야 할 시기일지 모른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면 나도 사랑한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그렇게 내뱉기 어려울까.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감정표현에 서툰 나를 보면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나도 나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 처음 그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는 그가 내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이뻐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이 옷 저 옷 입어 보며 거울 앞에서 한참을 보내고 예쁘게 그러나 나답게 말하려고 노력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만큼의 긴장감이 있지는 않다. 화장끼 없이도 만날 수 있고 츄리닝 바지를 입고도 그를 편하게 만날 수 있다. 편해져서 좋다. 여타 중년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을 살아온 무게감과 그 나이에 볼 수 있는 우아함이 없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츄리닝에 가죽부츠를 신고 삐죽거리는 짧은 머리에 비니 쓰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서투른 나의 표현이다. 쑥스럽게 그를 바라보면 그는 마냥 이쁘다고 한다. 오십에 사춘기를 겪는 나를 사랑스럽게 보아주는 그가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그가 있어 행복한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니, 얼마나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져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요즘 주변에 연애를 하는 동료와 지인들이 있다. 사랑에 대한 경험이 적은 나는 가끔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느 정도로 감정이 차올라 왔을 때 비로소 사랑한다라고 고백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랑해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십 대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안 좋은 거라는 교육과 함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분을 보고 자라면서 인지 내 안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말로 표현하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다. 그렇게 쌓인 감정 찌꺼기들이 가슴속에 불편함으로 남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곪게 된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내뱉어야 한다. 그러나 세련되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감정 표현을 잘할 줄 알아야 상대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선을 지키거나 맞추게 된다. 대인관계가 원만해지고 관계 조절 능력이 생기면 내면에 심리적인 힘이 증가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맞닫뜨려을 때에도 현명하게 대응하게 된다. 삶을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거리에 바람이 차다.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걸어간다. 나는 오늘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온전한 하나가 되어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고 오롯이 다 책임지겠다고 마음먹고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내게 따스한 봄바람처럼 그가 왔다. 아찔하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따듯하다. 나는 그에게로 가는 걸까 아니면 사랑에 취해 흔들리고 있는 걸까.
In the end, only three things matter: how much you loved, how gently you lived, and how gracefully you let go of things not meant to you. __Buddha
결국 인생에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부드럽게 살았는지, 그리고 당신에게 의미 없는 것을 얼마나 우아하게 놓았는지__부처
어쩜 지금은 아낌없이 사랑해야 할 시간일지 모른다.
#부처님말씀 #사랑해 #어떻게살것인가 #인생에서중요한것들 #홀로서기 #생각한대로살기 #지례롭게삶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