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롤모델'을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이라고 정의한다.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롤모델이 있었다면 그것은 꿈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롤모델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제는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야 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롤모델이 없냐고?
아니다. 그건 정말 인생을 제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아직도 어린 시절이나 젊은 날처럼 가슴속에 롤모델을 풀고 잇다. 그건 아직도 네게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한, 마음 한구석에는 자연스레 롤모델이 자리하게 된다.
이제 때늦은 인생의 후반기임에도, 나는 롤모델이 있다. 다만 과거처럼 위대한 인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어릴 적 과학자나 발명가를 꿈꾸며 에디슨을 존경하던 때처럼, 혹은 청춘의 심장이 뜨겁게 뛰던 시절에 치열한 삶을 살던 김수영 시인일 흠모하던 때처럼, 그렇게 누군가를 특정해 말할 수는 없다. 이제 내게 중요한 것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생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고,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자'며 미루기 일쑤였다. 이제 은퇴한 지금, 여유는 지천에 깔려 있다. 그래서 뒤로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퇴직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전원생활의 한가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배운 목공예와 서각이었다. 학원에 등록하고 매주 공방에 나가 소품을 만들고, 제법 큰 가구도 제작하는 법을 배웠다. 집안 곳곳에 만든 작품을 들여놓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각도 열심히 배워 작품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때는 공방 선생님이 나의 롤모델이었다.
전원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평생 읽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일이었다.
그러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계정을 만들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했다. 어떤 작가분은 하루에 네다섯 편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분의 꾸준함과 열정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자연스레 롤모델이 되었다. 그 외에도 많다. 교직을 훌륭히 마치고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시는 분, 현재 교사로 재직 중이면서도 틈틈이 글을 올리는 분들, 이분들이 바로 내 인생의 롤모델이다.
이제는 누군가를 특정하기보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묵묵히 열정을 다해 활동하는 분들이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내 인생 후반기의 롤모델을 떠올리며, 나 역시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그분들처럼 나는 열심히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롤모델이다. 그들을 보며 분발하고, 따라가려고 애쓰는 것, 그게 바로 롤모델의 역할 아니겠는가?
이제 나는 내가 마음속에 세운 롤모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글을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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