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스토리에서 찾은 작은 모형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0일 하고도 9일이 된 날이다. 구독자가 드디어 100명을 넘어섰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곳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장이라, 그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스토리는 '이상적 사회'일까?
사전에서 '이상적'이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것, '사회'란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이라 한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작은 사회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다른 이의 글을 읽고, 교감할 수 있다. 내 생각 속에서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이상적 글쓰기 사회'의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과연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응원의 말을 건네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하루 일과처럼 브런치 창을 열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는다. 때로는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때로는 놀라운 표현에 부러움이 일며, 너무 훌륭해 감히 댓글조차 달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종이에 쓰던 시절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사라진 것도 많다. 2000년부터는 앱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기는 철저히 '나만의 글'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는 달라졌다. 누군가 읽는다는 의식 속에서 한 글자, 한 문장을 더 곱씹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게 되고, 그런 마음이 좋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브런치에 푹 빠져 산다.
하지만 최근 브런치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처음엔 없던 '멤버십'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사회는 변해야 한다. 변화 없이는 고인 물처럼 정체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발전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예전의 '응원하기' 제도를 더 발전시키는 방식도 있었을 텐데,. 멤버십은 월 구독이라는 점에서 다서 강제성을 띠는 듯하다. 물론 작가의 지속적인 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플랫폼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적 사회란, 강제가 아닌 자발성과 신뢰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브런치를 '작은 이상 사회'로 부르고 싶다. 여기엔 신인과 베테랑이 함께 글을 올리고,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부터 인생철학까지 다양한 주제가 한데 어우러진다. 익명 뒤에 숨은 공격 대신, 조심스러운 공감과 건설적인 피드백이 오간다. 상업적 목적이 전면에 너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글의 힘'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온라인 공간들과 차별되는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내 개인의 삶 속에서도, 브런치는 작은 쉼터이자 배움터이다. 퇴직 후 한동안은 하루의 리듬이 느슨해지고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소속감'을 느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사살은, 나를 세상과 다시 연결시켰다. 하루의 목표가 생기고, 글을 매만지는 시간이 내 삶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그 과장에서 나도 모르게 활력이 들고, 오래전 직장에서 느끼던 동료애와 비슷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앞으로 바라는 건 단순하다. 브런치가 변화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글을 통한 진심 어린 교류'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 운영 방식이 조금 바뀌더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과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브런치는 오랫동안 이상적 사회의 한 형태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 사회란, 거창한 국가나 제도만을 뜻하지 않는다. 글을 쓰고 읽으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작지만 따뜻한 공동체 속에서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나에게 브런치는 바로 그런 사회다.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한 문장 한 문장에 마음을 담아 작은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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