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026 자연의 아름다움

평화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by 랑세

그토록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폭염이 어제, 오늘 좀 한가해졌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몸이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행스럽게 찌는 더위가 한풀 꺾여 몸도 마음도 편안한 저녁 무렵입니다.


아파트 창가에서 내려다보이는 단지 내 나무들 잎사귀들도 제법 녹색이 더 짙어져, 늦여름의 생기를 뽐내고 있습니다. 큰 나무 우듬지에 까치가 한 마리 날아와 앉는 모습이 보입니다.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시간을 재볼까, 생각하던 순간, 왠 걸요, 불과 몇 초 만에 날아가 버립니다. 까치가 날아간 자리의 나뭇가지는 바람도 잔잔한데 뭐가 아쉬운지 계속 흔들거립니다.


자연은 아쉬움을 소리로 전하지 않습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의 울림이 한가로운 마음에 가만히 전해집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바닷가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언제나 해 질 녘 하늘은 황홀한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붉은 기운이 깃털처럼 무늬를 이루는 구름을 타고 번집니다. 간조라 바닷물도 쉬기 위해서 멀리 밀려 나갔습니다. 그 자리에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바닷물 빠진 갯벌은 거무스름한데 그 위에 어둠이 내리니 더욱 검게 변합니다. 물이 빠진 한가한 저녁의 갯벌에서는 짭조름한 내음이 어른거립니다. 황혼녁의 바닷가는 소소한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나이아가라.jpg

몇 해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 거대한 물줄기를 '웅장하다'라는 말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손을 뻗으면 폭포수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에서, 나는 그저 하염없이 내려다만 보았습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것은 놀라움이면서 환희가 안에서부터 용솟음쳤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졌던 불안, 초조, 슬픔 권태, 욕망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연의 위대함은 또 다른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로의 순간은 여러 형태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듯 하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바다는 바다대로 바닷물이 밀려왔다가 밀려 나가고, 나무들은 잎을 키우다 시들었다가 합니다. 오늘은 더웠다가 내일은 선선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연은 쉼 없이 변화합니다. 우리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찾아야 합니다.


자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은 우리가 찾아가야 만날 수 있지만, 그런 모습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일상의 소소한 저녁 산책길, 뒷동산의 숲길을 거닐면서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을 우리는 소유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가까이서든 멀리 서든 그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까치가 앉았다 떠난 나뭇가지의 흔들림이나, 밀려나간 바닷가의 갯벌이나, 나이아가라의 거대한 물줄기---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눈과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잠시라도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온화해질 것입니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속에 들어가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자연의 진짜 아름다움이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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