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진심

(이라 쓰고 라면이라고 읽는다)

by 랑세

"점심을 어떻게 하실래요?""걱정 마, 내가 알아서 먹을게." "국밥이라도 드시지 그래요." "글쎄..... 그럴까."

아내가 큰언니와 점심 약속이 있다고 외출을 준비하면서 하는 말이다. 혼자 있을 남편의 점심 걱정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 있는 요리(?) 법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라면 끓이기!

나는 요리에 진심이다.


뭐 대단한 집안은 아니래도 우리 때의 보통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부엌을 멀리하도록 교육되어 왔다. 학교 갔다 오자마자 배가 고파 부엌을 기웃거리면 어머니한테 꾸중을 듣는다. 허기를 참지 못한다는 야단이 아니라 왜 부엌까지 와서 야단이냐는 말씀이었다.


그런 교육의 효과였을까? 이 나이 되도록 주방에 얼씬 거리며 아내 일을 도와준 적이 없었다. 으레 밥이든 설거지든 당연히 아내 몫이었고, 때가 되면 밥상은 당연히 차려져 있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니 만큼, 왜 아니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하고 나서는 공연히 뒷덜미가 켕겨서 주방을 얼씬 거리게 되었고 어쩌다 아내가 외출하는 날이면 나만의 요리법으로 주방에 한 발짝 들여놓게 되었다. 그 시작은 바로.... 라면!.


이 정도 주방 출입이면 걸맞게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다. 거기다 한 술 더 떴다. 다름 아니라 아침 설거지이다. 원래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우유, 야채와 커피로 간단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침 설거지는 내 차지가 되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발적(?) 주방 진출이었다.


이런 마당에 요리까지 진출 못할 바가 뭐 있겠나 싶어 간혹 유튜브를 보면서 열심히 눈팅을 하고 있다.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란다. "아직도 요리를 못하신다고요? 막차라도 타세요." 하면서 요리 지망생들을 모집하는 광고도 여럿 봤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진 곤란하다. 자신감 결여다. 왜?


아내는 참 굉장하다. 평생 교사로 일하면서도 음식 솜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이게 소위 말하는 '라테'인가?), 그때는 직원들끼리 서로 집을 쳐들어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불쑥 찾아온 손님 앞에서도 아내는 술상을 뚝딱 만들어 내던 아내다. 그런 재주를 가진 아내 옆에서 내가 얼쩡거리며 요리를 해볼까 한다면 아마 아내는 배꼽을 잡고 웃고 말 것이다. 그러니 선뜻 그 경지까지, 즉 요리를 해 보겠다는 것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라면으로 갈까 하다가 결국 국밥집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아내는 내가 내일 정기적으로 받는 혈액검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혹시라도 라면 국물의 염분이 검사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는 아내의 뜻 따르기다. 왜 속담도 있지 않나?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고 한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국밥으로. 오랜만에 시도하려던 라면 끓이기 솜씨는 잠깐 보류하기로 했다.


라면이든 설거지든 주방세계는 점점 내게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요리까지는 자신 없지만 눈팅은 꾸준히 한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요리하나쯤 내놓을 날도 오겠지. 그때까지는 - 진심을 담아 설거지를 한다.


ps ; 요리는 정말 어려워요.

*사진은 본인 앨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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