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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3세의 밀명

묘지의 비밀

by 랜치 누틴

달타냥은 2년 전 맨손을 심문했던 일을 떠올렸다.


맨손은 프랑소와를 죽인 자이자 철가면 세력의 핵심 멤버였다.

당시 아라미스는 분명 맨손을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렸고 수년간 맨손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인신매매의 범죄를 저질렀고 결국 달타냥이 이끄는 군사에 의해 체포되었다. 맨손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맨손은 죽는 그 순간까지 아라미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달타냥을 그때의 기억을 곱씹었다.

그리고 급하게 맨손의 심문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달타냥은 아라미스 이름이 거론된 섬뜩한 자백의 기록을 발견했다.

“아라미스를 죽였다.”

맨손은 심문 중 수도원에서 그녀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달타냥은 맨손이 아라미스를 직접 죽이지 않았고 수도원에서 아라미스의 묘비를 봤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맨손이 본 것은 수도원의 가짜 무덤이다. 그것은 아토스와 아라미스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짜 무덤이었다. 맨손은 그 묘비를 보고 아라미스가 진짜로 죽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달타냥은 심문 조사서를 국왕에게 제출하며 말했다.

“폐하! 맨손의 자백과 수도원의 기록에 따르면 아라미스는 이미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 13세는 조사서를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국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무덤을 직접 조사하라. 그 안에 묻힌 인물이 진짜 아라미스인지 확인해야 한다.”


국왕은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핵심 참모인 대신을 달타냥과 동행시켜 무덤을 조사하게 했다.

달타냥은 무거운 마음으로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는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무덤 속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을 텐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라미스는 지금 아토스의 부인이 되어 라 페르 백작부인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달타냥은 될 테면 되라지. 아라미스의 묘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책임 질 부분은 없으니 걱정을 놓기로 했다. 나의 주장이 아니다. 그저 조사서에 나온 내용을 국왕에게 보고한 것이니까.

수도원에 도착한 달타냥은 대신과 함께 무덤 앞으로 다가갔다.

수도승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일꾼들은 무덤을 파기 시작했고 한참 땅을 판 일꾼들은 나무로 만든 견고한 관을 땅 위로 들어 올렸다.

관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달타냥의 심장은 정신없이 요동쳤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전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달타냥은 긴장으로 온몸이 굳었다.

그런데......

안에 들어있는 것은 두 개의 유골이었다. 하나는 여성으로 보이는 유골이었고 다른 하나는 신생아로 추정되는 작은 유골이었다. 여성의 머리카락은 금발로 썩지 않고 아직 남아있었다. 또한 그 옆에는 펜던트 하나가 놓여 있었다. 달타냥은 펜던트를 집어 들고 살펴보았다. 분명 그것은 아라미스의 것이었다.


"이게 누구의 것입니까?"

대신은 물었다.

펜던트 속에는 ‘르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소녀시절의 아라미스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대신은 무덤이 만들어진 날짜와 유골의 크기를 바탕으로 그것이 아라미스의 유골이라고 결론 내렸다.

달타냥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덤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 사이에 아라미스가 정말 죽은 건가? 어떻게 된 일이지?’

달타냥은 무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던 것이었을까?



가짜 무덤의 탄생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라 페르 영지로 오기 전 수도원에 가짜 무덤과 묘비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것은 필연이었다.


아라미스가 만삭이었을 때 그들은 수도원 앞에서 만삭인 몸으로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초라한 옷을 입은 여성은 비바람에 젖어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였다. 그 임산부는 고운 금발 머리를 가진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그 여자를 일으켜 수도원의 자신들의 거처로 데려갔다.

아라미스는 만삭의 임산부를 침대에 눕히고 뜻한 음식과 차를 제공했다. 그녀는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름이 ‘르네’라고 밝혔다. 아라미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이라 듣고 놀랐다.

"어쩌면 이런 우연이!"

르네라는 여성은 신분이 낮은 농부의 딸로서 지주의 약탈과 빚을 피해 도망쳤다고 했다. 아라미스는 여성의 사연을 듣자 깊은 연민을 느꼈다.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죠?”

아라미스가 물었지만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릅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해서 임신이 되었어요. 제 삶은 항상 불행의 연속이었어요.”


아라미스는 르네라는 여성을 보며 자신과 이름이 같고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한 처지까지 비슷한 것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여성이 출산하는 순간까지 돌보기로 결심했다.

출산 예정일을 맞이하기 보름 전, 그 르네라는 여성은 갑작스럽게 진통이 찾아왔다. 산파를 맡은 수녀와 함께 아라미스도 여성의 출산을 도왔지만 불행하게도 산모와 아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여성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 아라미스는 그녀와 아이를 수도원 옆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르네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미스는 산고 속에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아라미스와 아토스는 여성의 무덤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무덤 위에 ‘르네 수녀’라는 묘비를 세웠다. 그리고 여성의 이름 옆에 과거와 작별하는 의미로 ‘아라미스 여기 잠들다’라는 글귀를 작게 새겨 넣었다.

관을 닫기 전

“이제는 모든 걸 정리할 때야.”

아라미스는 자신의 펜던트를 꺼내며 말했다. 그것은 과거 아라미스의 약혼자였던 프랑소와의 유품이었다. 아라미스는 펜던트를 르네와 아이의 무덤에 넣으며 과거의 ‘르네’와 영원히 작별했다.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관을 덮고 무덤을 정리한 뒤 새로운 정착지인 라 페르 영지로 떠났다. 그리고 모든 과거에 묻었다.


수도원에서 무덤을 조사하던 달타냥은 아토스와 아라미스가 단순히 뛰어난 총사대원을 넘어,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깊은 지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달타냥은 무덤 앞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사가 끝난 후 대신은 묘지에 대한 보고를 국왕에게 전달했다. 국왕은 아라미스의 묘지에서 발견한 펜던트를 확인했다. 루이 13세는 이제 아라미스가 죽었다는 것에 어떠한 의심도 갖지 않았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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