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타냥의 접견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가장 힘든 시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조금은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아토스는 아라미스가 걱정이 될 뿐이었다.
"스페인으로 가."
아토스는 말했다.
그러나 아라미스는 한사코 리오날 공작에게 가는 것을 거부했다.
“아토스! 내가 그 사람에게 가는 일은 없을 거야. 당신도 잘 알잖아. 내가 그의 보호를 받으며 사는 건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야. 그 옆에 있을 생각이었다면 당신을 따라오지도 않았어”
아라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아토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잡았다.
“네가 그런 생각이라면 나도 목숨을 바쳐 너를 지킬 거야. 그리고 아직 국왕이 달타냥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린 것도 없고 너에 대한 위험이 지금 당장 닥친 것도 아니니까. 여기서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
아라미스의 신분은 몇 년 전 리오날 공작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세탁이 되었다.
'엘레나 데 몬테로' 현재는 스페인 귀족의 양딸이자 고명딸이었다.
아라미스를 양녀로 맞이한 몬테로 집안의 위치는 프랑스 정부에서 정치적으로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강력한 방패가 되었다.
아토스는 임신 4개월 차를 맞이한 아라미스의 건강을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당신 몸을 돌보는 게 최우선이야. 유산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절대 무리하지 마.”
“알았어. 당신이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야.”
두 사람은 신대륙 카리브로 떠난 포르토스와 파리에 있는 달타냥의 소식을 확인하며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달 하고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포르토스로부터 서신이 도착했다.
서신은 달타냥의 부하를 통해 비밀리에 전달되었다. 아토스는 봉인을 뜯고 내용을 읽으며 말했다.
“포르토스 답네. 스페인에서 항선이 한 달에 한 번 신대륙으로 간대. 배가 들어오는 날에 맞춰서 언제든 항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어.”
아라미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포르토스는 여전히 믿음직스럽구나. 우리를 위해 신경 써주는 걸 보니 고맙기도 하고 든든하네.”
그러나 아토스는 달타냥에 대해서는 완전히 믿지 않았다.
“아라미스 너도 알다시피 달타냥은 오랜 친구인 포르토스와는 확연히 달라. 그 녀석은 3달 전에 국왕과 만났지만 나한테 국왕과 접견한 내용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어.”
“왜 그렇게 생각해? 달타냥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히 숨길 이유가 있을까?”
아라미스가 물었다.
아토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눈빛만 봐도 알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얼굴이었어. 6년 전 즈음 예전에 내가 달타냥에게 국왕의 명령으로 밀라디를 처단하라고 했을 때도 그는 어설픈 자비심 때문에 밀라디를 죽이지 않았지.”
아라미스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녀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밀라디는 살아남았고 반년 후, 아라미스는 밀라디에게 붙잡혀 갖은 고난을 겪었었다.
“결국 네가 밀라디에게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어. 조약 문서를 밀라디와 철가면 잔당들에게서부터 지키려다 그런 고생을 했잖아. 달타냥은 항상 자신의 정의를 우선시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건 아닐 수도 있어.”
아토스는 이어 3달 전 달타냥이 국왕과의 접견에서 있었던 일 중 자신에게 전하지 않은 내용을 의심스러워했다.
“그 녀석이 내게 한 말은 반란 세력의 우두머리들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수행한다는 말 뿐이었어. 프랑소와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했고......”
아라미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국왕폐하는 반란군과 프랑소와와의 연관성을 그렇게 신경 쓰는 걸까?”
아토스는 차분히 설명했다.
“프랑소와는 왕의 쌍둥이 동생 필립과도 연결되어 있어. 국왕은 자신의 동생 필립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두 사람은 긴 침묵에 빠졌다.
아토스는 달타냥에 대한 의심을 모두 떨쳐낼 수 없었다. 아라미스는 아토스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달타냥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버릴 수 없었다.
“아라미스! 내가 항상 너와 아이들을 목숨 걸고 지킬 거야. 그건 절대 변하지 않아.”
아토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라미스는 그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 태어날 아이와 라울과 함께할 미래를 생각했다.
3개월 전 달타냥은 루이 13세 국왕과 은밀히 접견했다. 국왕은 아라미스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으며 달타냥에게 그녀를 은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달타냥 예전 내가 신뢰했던 삼총사의 한 명인 아라미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그가 정말 나와 이 왕국에 충성하는 자인지 혹 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자인지 판단해야 한다.”
국왕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짐은 아라미스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숨기고 나의 근위대 총사가 되었다. 이게 나에 대한 첫 번째 배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달타냥은 깜짝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국왕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폐하! 아라미스는 여자가 맞습니다. 그녀는 성별을 숨기고 총사대에 들어왔습니다만 결코 폐하나 총사대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아라미스는 자신의 약혼자가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후 원수를 갚으려 했을 뿐입니다. 그저 16세의 어린 소녀의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루이 13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달타냥의 말을 들으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달타냥은 이어서 말했다.
“폐하! 아라미스는 총사대에서 헌신적으로 싸웠습니다. 특히 철가면 세력을 제압하고 폐하를 구하는 데 누구보다 큰 공헌을 했습니다.
달타냥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후 아라미스는 자신이 총사대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반성의 뜻으로 총사대를 떠났고 지금은 수도원에서 하느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라미스는 폐하와 이 나라를 향한 충직한 마음을 가졌던 신하임을 믿어주십시오.”
달타냥은 아라미스가 총사대에서 국왕과 나라를 위해 충성한 사실들을 열거했다. 그리고 아라미스가 반란 세력과는 아예 무관하다는 점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국왕의 침묵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1달 후.
루이 13세는 아라미스에 대해 깊은 고민 끝에 달타냥에게 다시 밀명을 내렸다.
“달타냥! 네 말대로 아라미스가 나와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 짐은 결정할 때가 왔다.”
국왕의 눈빛은 차갑고 단호했다.
“나는 아라미스의 충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모후인 내 어머니, 마리 드 메디시스를 만났다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다. 너도 알다시피 모후는 나의 자리를 빼앗고 동생들에게 넘기려 수 차례 계획을 했었다.
모후는 나의 가장 큰 적이다. 아라미스는 모후와 알현하기 전 그 모든 사건의 진실을 내게 먼저 찾아와 솔직히 말했어야 했다. 그게 충성이다.”
루이 13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반란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필립이 연관되었다는 것을 없애고, 이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아라미스의 죽음밖에 없다. 달타냥! 네가 직접 아라미스를 몰래 처단하라.”
달타냥은 국왕의 명령을 들으며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는 아라미스를 깊이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루이 13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아라미스를 제거한 후 그녀가 모후와 연관되었다는 증거를 남기지 마라. 그렇게 해야 아라미스와 반란세력과 연관되었다는 고리를 제거할 수 있다. 그래야 아라미스의 약혼자와 연결된 내 동생 필립과의 연결 고리도 없어진다. 달타냥 그대는 나를 위해 아라미스를 제거해야 한다.”
그 이후, 달타냥은 국왕의 명령을 이행해야 할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되었다.
사랑하는 아라미스를 배신해야 한다는 사실.
달타냥의 아라미스를 향한 마음과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동시에 시험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