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왕과의 독대

몬테로 가문으로 떠나는 그들

by 랜치 누틴


루브르에서 아토스의 접견 요청은 신속하게 수락되었다.

어두운 시각, 국왕과의 독대가 시작되었다.

루이 13세는 자신의 개인 집무실에서 아토스와 접견을 진행했다. 그는 수년 만에 만난 아토스를 형제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아토스! 정말 오랜만이군. 여전히 믿음직한 모습이야,”

국왕이 말했다.

“폐하를 뵐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아토스가 정중히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잠시 안부를 나눈 후, 아토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폐하. 아라미스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국왕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그 모습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조금의 긴장감이 더 해졌다.

"아라미스라......" 국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라미스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이제 기억에 없는 사람이지. 그 여자는 수도원에서 르네라는 이름으로 수녀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라미스는 아이를 낳다가 난산으로 같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토스의 표정은 조금씩 어그러졌다. 국왕은 아토스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다시 결연한 어조로 덧붙였다.

"아라미스의 이름을 없앤 것은 내 쌍둥이 동생 필립. 그리고 필립과 그녀의 약혼자였던 프랑소와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함이었다. 그것이 국가와 왕실을 위한 길이고 총사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토스는 국왕의 말을 조용히 다 들었다. 그는 국왕의 눈을 정확히 쳐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폐하! 삼총사는 저에게도 너무 소중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비록 지금 저는 물론이고 포르토스와 아라미스 모두가 총사대를 떠났지만 우리 모두 그 시절을 가장 값지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함께 나라를 지키고 목숨을 걸고 폐하와 폐하의 프랑스를 향해 충성을 다했습니다. 저는 후대에도 삼총사가 계속 기억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왕은 자신을 바라보는 아토스의 당당한 모습에 크게 놀랬다. 아토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루브르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아토스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잠시 혼자 생각을 마친 국왕은 아토스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아라미스... 그녀가 낳았다는 아이가 너의 아이인가?”

국왕의 질문에 아토스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이어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 아이가 제 아이인지는 정확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묘지를 만든 것은 제가 맞습니다.”


사실 수도원의 무덤 속에는 아라미스가 아닌, 그녀와 이름이 같은 '르네'라는 20대 초반의 임산부가 묻혀 있었다. 그녀는 아토스와 아라미스가 수도원에서 구해준 만삭의 여성이었고 불행히도 아이를 낳다 죽었다. 그녀는 아라미스와는 상관없는 인물이었지만 그녀의 무덤을 만든 것은 아토스가 맞았다. 국왕에게 말한 것은 어쩌면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아토스의 말을 들은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은 마음속으로는 죽은 아이가 아토스의 아이일 것이라 확신했다.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아마 서로 연인 사이였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토스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따지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루이 13세의 생각이었다.

'아토스는 스페인 귀족과 결혼을 한 것으로 아는데? 아토스가 정략결혼을 한 사실을 알고 아라미스 혼자 몰래 아이를 낳았던 것인가?' 루이 13세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아토스! 이제 아라미스를 잊고 나와 함께해 주길 바란다.”

루이 13세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토스. 자네는 이미 스페인 명문가 와 결혼을 하지 않았나? 몇 년 후 리슐리외 추기경이 총리대신직을 내려놓을 것이다. 그때 총리대신 자리를 자네에게 맡기고 싶다.”


그러나 아토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폐하! 제게 그런 영광은 과분합니다. 제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대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말해보게.”

아토스는 국왕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라미스의 명예를 회복해 주십시오. 대신 아라미스의 성별을 남자로 알려지게 해 주시고, 총사대의 삼총사에서의 흔적을 역사 속에서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국왕은 그의 말에 놀랐다. 아토스의 눈빛에서는 결연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음. 그렇다면... 그대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작정인가?”

아토스는 단호히 대답했다.

“제가 스웨덴-독일 전쟁에 프랑스 용병으로 참전하겠습니다. 몇 번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제가 전사하더라도 아라미스의 명예만은 꼭 회복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국왕은 잠시 생각을 했다. 아토스의 결심은 꺾을 수 없을 것 같았고 자신의 입장에서도 굳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좋다. 내가 네 뜻을 따르겠다.”


새벽, 루브르 궁전을 나오며 아토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영지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전쟁터로 향할 것이었다.

‘아라미스. 너의 명예를 되찾는 것이 내 임무야. 그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토스는 결심했다. 이제 산달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아라미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페인의 몬테로 집안으로 보내야만 했다. 현재 아라미스는 법적으로 엘레나 데 몬테로로 등록된 몬테로 가문의 고명 양딸이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돌아간다는 이유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잠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리오날 공작은 나의 영혼의 친구다. 그는 나처럼 아라미스를 사랑과 존경으로 지켜줄 것이다. 내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의 보호 아래 아라미스는 안전할 거야.'

그는 서둘러 라 페르 영지로 말을 달렸다.


아라미스는 초조한 마음으로 아토스를 기다렸다. 예상보다 3~4일 늦어진 그의 도착에 불안과 걱정의 마음이 가득했다. 마침내 말을 탄 아토스가 저택으로 들어오자, 아라미스는 비로소 안심하며 그를 맞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아라미스의 물음에 아토스는 피곤한 얼굴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파리에서 일이 좀 생겼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아토스는 아라미스를 완벽히 속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간의 일들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국왕이 달타냥에게 내린 밀명과 달타냥이 처리해 온 비밀스러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만, 자신이 전쟁에 참전할 계획과 아라미스의 이름을 모든 기록에서 지웠다는 사실은 숨겼다.


“아라미스. 지금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해. 몬테로 집안에서 잠시 머물면서 출산과 회복에 집중해 줘야 해.”

아토스의 진지한 말에 아라미스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맞아. 나도 위험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아.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잠시 안전한 곳에 있어야겠지?”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함께 필요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소중한 물건들과 아기의 출산 준비물 그리고 라울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라울은 괜찮겠지?” 아라미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그럼. 리오날은 라울까지도 완벽히 돌봐줄 거야. 걱정하지 마,” 아토스는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럼 당신은?"

아라미스의 질문에 아토스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너희를 몬테로 집안까지 무사히 데리고 갈 거야. 리오날과 만나 모든 사실을 전할 거고. 그리고 국왕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라 페르 영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라미스는 그의 말을 모두 믿고 싶었지만, 무언가 밝히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라울과 함께 스페인 몬테로 집안으로 향했다. 아라미스는 창밖을 보며 아토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언제쯤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날이 올 거야.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야,” 아토스가 대답했다.


아토스는 스페인 몬테로 집안에 아라미스와 라울을 맡긴 뒤 프로이센의 전쟁터로 바로 떠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