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엔 뭐가 많다

by 랜덤초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위키백과의 설명에 의하면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최근 발사에 성공해서 우리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했던 'KSLV-II(Korea Space Launch Vehicle-II, 한국형 발사체-II)' 즉 '누리호'의 경우에 1차 발사 당시 실패를 경험했던 원인은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가 잘못되었던 이유로 밝혀진 바 있다.


수많은 부품 중 하나의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준비해야만 로켓 발사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의 의미를 잘 증명해주는 사례인 것 같다.

'누리호' 발사 성공 후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며 심지어 눈물까지 훔치던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은 디테일 속 악마들에 괴롭힘을 당해왔을지 그 어려움과 노력에 공감될 수 있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은 사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그 뜻은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세부적인 사항까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두 문장의 해석을 살펴보면 사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큰 맥락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신(God)'을 사용했을 때는 성공을 위한 세심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이고 '악마(Devil)'를 사용하는 경우 실패의 원인이 사소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뉘앙스의 차이로 느껴진다.

아무튼 일을 성공하고 실패하는 건 세부적인 실행에 달려있다는 부분에서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무언가가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은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 활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행정은 디테일에 있다.(governing is in the details)" 그리고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the truth, if it exists, is in the details)" 란 표현이 있다.


웬만한 단어를 대체해서 사용해도 뭔가 그럴듯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는 건 '~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표현이 그만큼 일반적인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일 것이다.

세상만사가 작은 실행이 모여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 역시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심득을 '~~ 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속담의 문장 구조를 활용하여 쓸만한 표현으로 제안해보자면

"숨은 의도는 디테일에 있다. (Ulterior motive is in the details)" 란 문장을 생각해 보았다.


세상엔 선한 의도로 포장된 대의명분(大義名分) 뒤에 숨어 실제로는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걸고 있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반드시 선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혹 대체적으로는 선한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선하지 않은 부정한 이익을 떼어가려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근사한 명분을 들어 기업에 의무를 부여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사실은 특정한 누군가에게 사업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몰아가려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과도한 규제를 밀어부치면서 그 과정 속에서 특정 세력이 이익을 보려는 경우는 이제 너무 흔해 보인다.


또 한 번은 어떤 회사가 효율적 사업 운영을 위해 자신의 자회사를 자진 상장 폐지하는 경우를 보았다. 상장 폐지를 해야만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편하다던 회사는 얼마 후 상장사인 다른 회사를 인수해서 완전자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통한 상장 이득을 도모하는 경우를 보았다. 그렇다면 애초에 완전 자회사화를 진행하며 내건 명분은 뭐였을까?


이밖에도 상품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근사한 목적 뒤에서 장기적인 사업 운영 상의 비용과 리스크는 애써 외면한 체 단기 평가를 위한 실적만 챙기려는 경우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겉으로 드러낸 목적과 그로 인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른 경우일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는 드러낸 목적과 의도를 정확히 아는 것만큼 어떻게 실행하는지의 디테일한 실행방식을 살펴봐야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추측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내세우는 목적과 그 실행 방법 사이에 부자연스러운 맥락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디테일을 더욱 집중해서 봐야 할 순간이다.

목적과 수단 간에 상관관계는 있는지, 인과관계는 존재하는지, 실행 과정의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지 이런 걸 봐야 드러난 목적의 동기가 선명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진짜 의도는 디테일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뭘 하려 하는지 말고, 하고 있는 일들을 모아볼 때 뭐가 되고 있는 건 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등을 말이다.

두리뭉실한 명분을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디테일을 살폈을 때 얻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니까 역시 디테일엔 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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