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속담이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사전적 의미는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서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으로,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라고 한다.
굳이 애써 사전을 찾지 않아도 그 뜻을 알기에 어렵지 않은 속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런 경우가 생겼을 때는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가정해보자면 소 값보다 외양간을 고치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경우 말이다.
외양간에 도둑이 든다는 건 미래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확률적 이벤트인데 외양간을 고치는 행위는 당장 확정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차라리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게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가 올 지 안 올 지 아리송할 때 무겁게 우산들고 다니기 싫어서 우산을 안가지고 나가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렇게 전체적인 효용의 가치를 생각해서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면 혹시나 소를 잃어버려도 그리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본인이 기대효용을 고려해 선택한 대가이므로 말이다.
그렇지만 과거 농경사회에서 '소'라는 가축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쉽게 생각할 일은 전혀 아니다.
소가 있어야만 커다란 농구와 짐을 운반하고 밭을 갈아 농사를 지을 수 있던 때의 생활을 상상한다면, 속담이 형성되던 시점에 '소를 잃는다는 것'의 의미는 아마도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또 속담의 의미는 더욱 치명적인 경구(警句)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과도 맥이 통하는 것 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큰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외양간을 고치는 행위가 작은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고 소를 잃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손해라고 생각한다면 두 이야기는 표현이 달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략 비슷한 내용으로 이해된다. 필요할 때 작은 노력으로 혹시 모를 큰 우환을 방지하자는 맥락에서 ...
그러니까 무슨 말이나 글을 듣고 봐서 이해할 때는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과 당시의 상황을 함께 고려해서 이해해야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시대가 변한 후에 해석하자면 애초의 중요한 의미를 간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얘기들 중에선 그 의미가 유사하지만 누가 어느 상황에 이야기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는 말들이 있다.
'헬무트 폰 몰트케' 전 독일 육군 원수는 프로이센의 군인으로 비스마르크와 함께 오스트리아(보오전쟁), 프랑스(보불전쟁)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독일 통일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근대적인 군사제도를 정립했던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전투에 임하는 데 있어 환경에 대응하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무리 훌륭한 전투 계획이라도 첫 총성이 울리는 순간 쓸모가 없어진다."
(“No battle plan ever survives contact with the enemy.”)
라는 말을 남겼다. (독일어로 남겼겠지만...)
170여년 후 태어난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도 비슷한 얘길 남겼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둥이에 한 방 처맞기 전까지는."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비슷한 내용이지만 지금 세대의 사람들에겐 그래도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그 뜻도 임기응변을 강조하기보다는 마이크 타이슨의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생각나게 하는 말로 더욱 생각될지도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전적 의미가 좀 더 정확하게 전달되려면 지금의 현대적 상황에 맞춰 비유의 대상이 좀 바뀌어야 그 의미가 더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① 수능시험 망치고 나서 공부할 걸 한다.
② 아프고 나서 보험 들어둘 걸 한다.
③ 속도위반 딱지 떼고 서행할 걸 한다.
④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까먹고 적어둘 걸 한다.
문득 점점 그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워지는 속담들을 대체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속담의 재구성 내지는 현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