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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그리고 다음에는

by 랜덤초이


10년쯤 전에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 이론(Golden Circle Theory)'이 큰 화제가 되었었다.


그의 TED 강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영상을 시청해보기를 추천받았고 회사도 전체 리더들에게 강연을 들어볼 것을 요구했었다.


확실히 그의 강연 내용을 들어보니 그가 주장하는 바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었다.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그는 위대한 리더들은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Why'로 시작해서 소통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Why' 그러니까 이유와 목적을 전달해서 공감을 이끌어야 더 효과적으로 조직과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목적이나 신념과 같은 가치와 명분에 따라 동기가 생기고 행동하게 된다는 그의 설명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되었고 이견을 갖기 힘들었다.


그의 강의 내용을 들은 후로 10여 년의 경험이 더 쌓이고 있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가 주장한 내용은 여전히 공감 가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다만 골든 서클 이론을 알게 된 이후에 가지게 된 공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아무리 Why로 시작해서 소통한다고 하더라도 조직과 개인의 행동이 좋은 성과로 마무리되는 걸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절감하고는 한다.


회사에서는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를 경험하게 되면서 새로운 신사업 개척을 서두른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진 중에는 어떤 신사업을 해야 하니까 무슨 일을 하라고 What부터 들이미는 경우도 보았고, 왜 우리가 신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며 Why부터 소통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일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조직이 Why를 이해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What을 몰라서도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 사이의 How를 제대로 알고 준비하지 못한 것이 소통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번 생각해보자면 리더가 무슨 내용으로 소통을 시작해도 그 얘길 듣는 사람이 수단과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다음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감 가는 이유를 알고 있어도 그리고 구체적인 임무를 듣게 되어도 그걸 수행하는 방법을 모르면 실행은 불가능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살아가면서 Know-why나 Know-what 보다는 Knowhow란 단어에 더 익숙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어느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를 반증하는 게 아닐까?


사이먼 시넥도 소통의 시작을 Why로 하라고 제안한 것이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회사의 많은 경영진이 Why에 가지는 관심의 절반이라도 How에 대해 깊게 고민해서 그 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입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만약 How는 리더가 고민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경영진이라면

적어도 누가 How를 알고 있는지라도 고민해서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면 결국 회사는 Why도 알고 How도 알아서 What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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