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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an 03. 2023

의도된 실패

“Privatizing Profits and Socializing Losses”


"이익(利益)의 사유화(私有化)와 비용(費用)의 사회화(社會化)"라는 말은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익숙하게 통용되고 있다.


자주 회자되고 있는 이 말은 기업이 이익을 낼 때는 그 이익이 주주들에게 귀속되지만,

기업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가 일반 대중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1997년 IMF 금융위기와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한계기업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公的資金)이 지원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하청업체가 많고 고용된 인원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회사의 도산에 의한 사회적 충격을 회피하기 위해 공적자금의 투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경제 위기가 진정될 즈음까지 구조 조정에 성공해서 기업의 체력과 경영의 건전성이 확보되어 공적자금이 회수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특정한 기업이 열심히 사업을 운영하다가 예상치 못한 국가적인 또는 세계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가가 개입하여 그 파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을 쫓으며 과도한 차입(借入)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비윤리적인 경영행태를 보이던 회사가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까지도 사회적 비용으로 그 뒷감당을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그런 기업들은 해당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다른 기업들 역시 일단 규모를 키우면 결국 정부도 어쩌지 못하고 도와줄 거라는 생각으로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믿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마불사'를 외치며 도적적 해이를 보이는 경우는 비단 은행이나 기업 같은 경우가 아니라 그보다 작은 기업 내부의 부서 단위에서도 발견된다.


기업 내에서 특정한 사업이나 상품을 운영하는 부서 중에는 그 단위 사업과 상품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고민하며 일하기보단 일단 빨리 규모를 키워서 회사가 실패라는 판단을 하기 부담스럽게 만들려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해당 사업과 상품을 론칭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서장조차 일단 규모를 키우는 걸 최우선 목표라고 선언하고, 나머지는 다음 사람의 몫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좋게 생각하자면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크게 굴릴 때면 일단 어느 정도 크기까지 눈을 꼭꼭 크게 뭉쳐서 키운 후에 굴려야지 쉽게 커다란 눈뭉치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시작 단계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특히 분업화된 기능 조직으로 구성된 대기업의 경우 서둘러 규모를 키우느라 제대로 된 기초가 부족하게 되면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규모에 비례하여 더욱더 큰 문제로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누군가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고치고 바꿔가려 해도, 일단 시작된 사업은 달리기 시작한 자전거처럼 멈추지 않는 한 정비할 수 있는 틈을 찾기 어렵다.

결국 누군가는 일단 먼저 달려가면서 빠른 시장 진입의 공을 내세우고, 그로 인해 필요한 다른 많은 부담들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맡겨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가 반복된다면 누군가 주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 그리고 '의미 있는 도전'이란 건 어쩌면 '의도된 실패'와 같은 것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생각건대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는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는 명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눈여겨보면서 가려내야 할 현재의 과제일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 특정한 일을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일을 하면서 어떻게 공을 내세울까 궁리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맡겨진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남에게 책임 지우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질 결심(Decision to take responsibility)'을 되새기며 한 해를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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