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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an 12. 2023

복수를 응원하다

"복수(復讐)"

:  회복할 ‘복(復)’에 원수 ‘수(讐)’, 원수를 갚음

즉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에게 앙갚음하는 일을 말한다.


복수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늘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주인공이 참기 힘든 부당한 피해와 불이익을 당할수록 독자나 관객은 그런 상황에 감정이입하여 안타까움이나 답답함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되고, 극의 절정에서 주인공이 통쾌하게 복수를 하면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다소 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원한을 갖게 되는 과정과 이유가 공감된다면 복수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극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인지 복수를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 등의 작품은 꾸준히 새롭게 생산되고 있다.


어릴 적 보았던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복수의 대상에 있어 일정한 전형성(典型性)이 있었다.

“부모님의 원수를...”, “사부님을 해친 원수를...”, “나라를 배신한 역적을...” 등등...

주인공이 복수심을 갖게 되는 원한은 개인이 직접 당한 피해보다도 가문(家門)이나 사문(師門), 국가(國家)가 받은 피해와 불이익에 대해 대신 앙갚음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경우가 많이 그려졌다.


우리가 ‘복수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revenge'와 'avenge'라는 두 개의 단어를 보게 된다. 한글로는 둘 다 '복수하다'라는 뜻을 갖지만 두 단어는 엄연히 각기 다른 케이스에 쓰인다.


'Avenge'는 남이 받은 피해나 불의에 대한 복수, 'Revenge'는 내가 받은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앙갚음의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즐겨본 복수물에서 주인공은 소속된 집단이 겪은 피해로 생긴 원한에 대해 복수(avenge)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 유행하는 복수물은 주인공 개인이 겪은 직접적 피해에 대해 복수(revenge)하는 경우가 좀 더 자주 눈에 띄곤 한다.


최근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순위의 수위(首位)를 연달아 차지하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과 '더 글로리'는 모두 주인공 자신이 직접 겪고 당한 피해에 대한 복수를 다루고 있다.


어찌 보면 과거에 비해 전쟁이나 공권력의 폭력 같은 사회구조적 사건이 줄어든 영향이 아닐까 싶고,
또 어찌 보면 그러다 보니 사회적 불의보다는 개인이 당하는 불이익에 더 크게 분노하는 세태가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해를 입힌 사람은 마음이 불안해서 다리 뻗고 자기 힘들지만, 해를 입은 사람은 오히려 마음이 거리낄 것이 없어서 편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나 군대에서의 부당한 폭력이나 어릴 때 성적 착취를 겪은 사람들이 일생 동안 트라우마를 간직한 체 힘겨운 기억과 싸우며 살아가는 걸 보면 이런 속담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저런 속담은 과거에도 그렇고 어쩌면 맞은 사람에게 억울함을 갖지 말라고 가스라이팅하기 위한 속담이 아니었을지 싶기도 한다. 정작 때린 사람은 발 뻗고 편히 자면서 말이다.


'군자복수 십년불만(君子復讐 十年不晩)', 혹은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이란 말이 있다.

군자의 복수는 때를 기다려 십 년이 걸리더라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흔히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지만 사실 정당한 복수는 반드시 인과응보와 같이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해보게도 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언젠가 자신이 남에게 한 일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복수(復讐)의 감성이 문화계를 지배하는 요즘, 곧 이어질 '더 글로리 시즌2'에서 동은의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

때린 놈이 다릴 뻗지 못하는 게 당연한 속담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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