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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Mar 09. 2023

Never stop being curious

여러 가지 글을 구글링 하다가 특히 흥미를 끈 10년 전의 신문기사(新聞記事)를 하나 접하게 되었다.


그건 경향신문에서 기사화된 ‘신임 CEO가 알게 되는 7가지 놀라운 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1401130849341

해당 기사에서는 ‘농협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새롭게 CEO가 되면 경험하게 되는 놀라운 사실 7가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1.   CEO는 회사를 직접 챙길 수 없다.

지나치게 많은 외부 활동과 일상적인 과업에 관여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단보다는 간접적인 수단으로 CEO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명령 하달 위주의 경영은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CEO가 자신의 권력을 명령 하달에 주로 행사하게 되면 CEO의 진짜 권한은 물론 자신과 회사의 에너지를 약화시켜 결국 회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3.   CEO는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알기 어렵다.

CEO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보고 받기가 매우 어려우며, 사후에 진상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4.   CEO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 항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행동과 의사소통 방식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안 하든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5.   CEO는 보스가 아니다.

CEO가 관리 위계상 제일 높은 자리이지만 실제적인 최고 권한은 이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이사들과 개방적이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주주를 즐겁게 하는 것이 CEO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주주는 단기적인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할 CEO와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7.   CEO도 여전히 인간임을 명심하고 절제된 노력이 필요하다.

CEO는 지극히 인간적인 희망, 두려움, 한계 등을 가진 존재이며, 배려, 아첨 등과 같은 직업상 수반되는 요소들은 CEO를 어렵게 하고, 배타적인 자만심에 빠지게 한다. 그러므로 늘 겸손하게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정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절제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의 7가지 사실은 모두 나 역시 여러 CEO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느꼈던 내용과 정확히 부합했다.   

특히 "2. 명령하달 위주의 경영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말은 더욱 크게 공감이 되는 사실이다. CEO가 세세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다 보면 직원들은 자율적 판단으로 일하기보다 CEO의 입만 바라보고 결심을 받아 일하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조직의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문화가 만연된다는 것을...  일전에 나는 절실히 경험했었다.


어쩌다 발견한 기사의 글이 내 경험에 기반한 판단에도 강하게 공감이 되자 글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7가지 놀라운 사실을 정의한 근거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해당 기사에 인용(引用)된 보고서의 원문(原文)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농협경제연구소'에서 냈다는 보고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농협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냈던 2014년 말에 이미 폐지된 조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과거 '농협경제연구소'가 하던 업무 기능은 현재 '농협미래경영연구소'가 수행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구글링을 해봐도 2014년 1월 13일 발표됐다는 보고서 원문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면 나처럼 해당 보고서 내용이 맘에 들어, 어디 블로그에라도 원문을 찾아 첨부해 놓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검색어를 바꿔 구글링 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른 출처를 근거로 소개되고 있는 걸 찾은 것이다.

내가 찾은 다른 출처는 뜻밖에도 2004년 10월에 발간된 Harvard Business Review였다.


10년 전 기사에 언급된 내용의 보고서 원문(原文)을 찾다 보니 20년 전 발간된 해외매거진 기사로 연결된 것이다.  

결국 확인한 해당 내용의 원문(原文)은 "Seven Surprises for New CEOs"라는 제목의 글이었고, A4기준으로 10장이 훌쩍 넘는 자세한 설명을 포함한 내용이었다.

아래의 7가지 목차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 2014년의 신문기사는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가 아닌 HBR울 출처로 표기했어야 하는 게 분명하다.  


https://hbr.org/2004/10/seven-surprises-for-new-ceos


1. You can’t run the company.

2. Giving orders is very costly.

3. It is hard to know what is really going on.

4. You are always sending a message.

5. You are not the boss.

6. Pleasing shareholders is not the goal.

7. You are still only human.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당 HBR 기사(記事)의 저자(著者)였다.

by Michael E. Porter, Jay W. Lorsch, and Nitin Nohria


저자 중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아마도 전략을 공부하거나 기업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들어봤을 만한 유명인사(有名人士)이다.

그는 경쟁환경을 분석하는 방법론과 경쟁전략에 대해 수많은 족적을 남긴 학자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 그룹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Seven Surprises for New CEOs"라는 제목의 글은 마이클 포터 교수 등이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진행하는 대기업 신임 CEO 대상의 워크숍에 참가한 CEO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정리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너무나도 현실적인 얘기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누가 어떻게 이런 글을 정리했지 싶던 차에 그 배경을 알게 되니 속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플리마켓(flea market)을 뒤져서 맘에 드는 그림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반 고흐 같은 대가의 그림이란 걸 알게 되어 스스로의 안목에 감탄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다른 한편 아쉬운 점은 명백히 오리지널 저자가 있는 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앞뒤 잘린 체 타인의 저술로 인용되어 유통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농협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찾을 수 없어 나로서는 지금까지의 사정을 좀 더 정확히 유추할 방법은 없다.
다만 혹시라도 나처럼 특정한 기사의 내용에 대해 좀 더 상세한 근거를 알고 싶거나 기사의 
진위에 대해 좀 더 확신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쉽게 믿고 호기심을 멈추기보다는 좀 더 시간과 노력을 써서 더블 체크(Double check), 크로스 체크(Cross check)하는 게 분명히 도움 될 듯 싶다.


그래야 타인의 노력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혹시 모를 누군가의 숨겨진 의도에 휘둘리지도 않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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