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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Mar 28. 2023

부(  )럽지가 않어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란 노래를 처음 듣고 참 묘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워낙에 독특한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가수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 들었던 그의 노래에 비해서도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멜로디 속에 랩인지 타령인지 모를 가사가 이어지고, 연신 부럽지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가수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부럽지가 않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보니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과 연결되니까 실제로는 부럽다는 감정을 얘기하려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게 아니면 액면 그대로 진짜 부럽지 않다는 걸 나른하게 설명하는 것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신기하게 들리는 노래라 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가사의 양도 많고 어느 멜로디와 리듬에 걸쳐 부르는 것인지 쉽게 맞추기 어려웠다. 

내가 음악에 별로 소질이 없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노래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영상 SNS에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손쉬운 듯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었기에 그들의 능력이 부럽게 느껴졌다.


'부럽지가 않어'란 당당함에 공감하려는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니 의식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기분이랄까?


무한경쟁(無限競爭) 사회를 살아가며, 남과 비교해서 그 결과로 거들먹거리거나 위축되는 일은 수도 없이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장기하 가수의 노랫말이 허세로 들리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살자'라는 청유(請誘)의 의미로 이해하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자랑을 해도 전혀 부럽지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참 낯선 기분이 들면서도 그의 멘털이 부러운 마음도 생기는데, 

잘못을 하고도 스스로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워낙 자주 경험하고 있고 그들의 멘털이 부럽기보다는 지켜보는 내 속이 터질 노릇이니 차라리 안 보고 싶은 심정이다.


장기하 씨가 노래 한곡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던 것처럼,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해서도 재밌는 노래가 한곡 나오면 좋겠다.


그럼 진짜 열심히 따라 부르고 싶어질 것 같다.


"부끄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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