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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Apr 23. 2023

혹성탈출(1968)

2011년 개봉된 이후 세 편의 시리즈가 제작된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은 1968년 개봉된 영화 ‘혹성탈출’의 프리퀄이자 리부트 격인 이야기다.


1968년 개봉된 '혹성탈출'은 프랑스 작가가 쓴 동명의 SF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며,

영화 '벤허'의 주인공을 맡았던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이 주인공 '조지 테일러(George Taylor)'를 맡아 연기하였다.

(21세기 '혹성탈출' 시리즈의 주인공이 유인원 '시저'인 것과 달리, 20세기에 개봉한 '혹성탈출'은 인간이 주인공이었다.)


아주 어릴 적 유일한 영화감상 채널이었던 TV프로그램 '토요명화'에서 '혹성탈출'을 본 기억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물론 2011년에 개봉한 영화도 너무 재미있고 영화를 보며 생각할 내용이 많았지만, 어릴 적 봤던 흑성탈출 영화 결말에 본 반전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될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이하 스포주의)

.....


혹성탈출(1968)에서 우주 탐험선의 선장인 '조지 타일러'는 항로 이상으로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고, 유인원이 지배하고 있는 그곳에서 유인원들에게 잡혀 실험의 대상이 되는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탈출하게 된다.


영화의 말미 지구로의 귀환을 꿈꾸며 도망치던 중, 그는 바닷가에서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불시착한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이 사실은 '미래의 지구'임을 깨닫고 절망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반전은 지금까지도 영화사(映畫史)에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영화의 결말을 보고 충격과 두려움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앞으로 유인원의 지배를 받으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밀려들어 한참 동안 불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영화는 시청가능 연령이 존재하는지 싶기도 하다.)


조지 테일러가 우주탐험을 떠나 있던 동안 지구는 종의 전쟁을 거쳐 이미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2011년 이후의 혹성탈출 시리즈는 조지 타일러가 지구를 떠나 있던 동안 어떻게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채워서 보여주는 내용이다.


혹성탈출(1968)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절규하는 장면에선 그가 겪었을 황망함과 좌절 그리고 분노가 그대로 읽힌다.

[screaming]  George Taylor : You Maniacs! You blew it up! Ah, damn you! God damn you all to hell!


이제 돌아갈 지구가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게 된 순간 그의 세계관은 처참히 붕괴 돼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이 믿고 있던 세계관이나 가치 체계가 한순간에 붕괴되어 버린다면 그 당황스러움, 황망함, 절망과 고통이야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을 간접 경험하면서도 그 충격이 크게 다가왔는데 직접 유사한 경험을 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마음을 갖게 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세계관과 가치체계의 붕괴에 맞닥트려도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위 정신승리를 통해 자신만의 멀티버스를 구축해서 사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주나라를 인정하지 못해 산으로 들어가 숨어버린 고사 속 백이와 숙제나

2차 대전이 끝나고도 패전을 인정하지 못하고 30년을 정글에 숨어 지낸 일본군 패잔병 같은 사람들은 그들이 알고 있던 세상이 변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해안의 절규로 끝났던 혹성탈출(1968)의 뒷얘기가 이어진다면 조지 타일러는 그 뒤 어떤 삶을 살았을까?

유인원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그 세상에 섞여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세계관, 가치체계의 붕괴에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몸 담고 생활하는 조직과 사회가 그동안 생각했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가진 곳이란 걸 알게 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언제가 어느 순간 맞닥트릴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누구나 한두 번 상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상황을 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백신을 맞는 심정으로...


조지 타일러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선택이 어느 것이든 슬픈 결말이 되었을 것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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