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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ul 14. 2023

침묵의 전염성

어린 시절의 교실 분위기가 기억난다.


“누구 12page 첫 문단부터 읽어 볼 사람? “ 선생님이 물어보시면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별거 아닌 교과서를 읽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너도나도 선생님의 선택을 받아 책을 읽기 위해 손을 들었고, 심지어 한 손이 아니라 두 손을 번쩍 올리고 걸상 위에 올라가 손을 들다 혼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적극적이었던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나서기를 꺼려하게 된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지목당해 귀찮은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권 대학 등의 모습을 보면 서로들 좀 더 많은 의견을 말하려 애쓰는 모습인데, 왜 우리나라에선 조용히 수업 진도나 나가자는 사람들이 많았을지 참 모를 일이다.


직장 생활 역시 어른들의 사회인만큼 적극적인 의견 제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조직문화를 활성화한다면서 자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라도 의견을 구하는 일들이 있고, 심지어 익명으로 의견과 평가를 구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후일을 걱정해 무난하게 꾸미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다수의 침묵을 거름 삼아 권력을 가진 소수의 그룹이 그들의 이익을 더욱 공고히 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침묵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귀찮아질 까봐, 찍힐까 봐, 말해도 변하지 않는 걸 경험해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등등


그런 이유로 침묵은 조직 안에 전염된다.



WHO가 규정한 전염병 경보 6단계로 구분하자면 지금 상황은 마치 팬데믹인가 싶다.


코로나도 극복되어가고 있는데, 침묵이라는 조직의 병도 언젠가 치유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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