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을 개척한 '칼 융(Carl Gustav Jung)'은 '동시성 현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면 갑자기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온다던가, 누군가 꿈에서 쇠똥구리를 보고 이를 얘기하고 있는데 방에 쇠똥구리가 들어오는 것 같은 일들...
도저히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지만 우연하다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의식과 현실세계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동시성 현상이라 명명한 것이다.
인간의 의식과 외부 세계는 상호연결되어 작용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이야기로 요즘은 양자역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더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고 여전히 과학적 원리가 깔끔하게 설명되고 있지도 않지만 이런 개념의 존재를 알고 나서 나에게는 동시성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 주만 해도 나의 동시성 현상 경험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수능 시험날 실수로 수저통을 빼놓고 고사장으로 가는데 아이가 수저통에 대한 SNS 유머를 읽어줘서 그 사실을 알게 된 경험도 있었고,
낯선 동네에서 길을 찾다가 특정 회사건물을 눈여겨보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회사의 후배로부터 그 친구의 배우자 회사에 국세청 조사가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회사가 어제 본 건물의 회사였던 적도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평소 즐겨보는 KBS Joy 채널의 '이십 세기 히트송' 프로그램을 보고 겪은 일이었다.
매주 다른 주제를 정해 해당 주제에 맞는 가요 리스트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지난주의 주제는 ‘가요계 상위 1% 뇌섹 가수 힛-트쏭’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그룹 동물원의 '김창기 님'이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려운 의대 공부를 하면서 , '거리에서',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널 사랑하겠어'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김창기 님의 사례를 근거로 가족들에게 공부와 예술적 성취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꼰대처럼 설명하고 며칠 후 세차장에 가서 차를 맡긴 동안 대기실에 놓인 신문들을 읽고 있었다.
문화일보 오피니언 코너에 '살며 생각하며'라는 칼럼 공간이 있었고, '변해 가네, 너무 빨리'라는 제목으로 기고된 글에 눈이 갔다. 글을 읽다가 문득 기고자의 이름을 보고 또 나는 '동시성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창기. 김창기 정신과 원장, 그룹 동물원 멤버
KBS Joy와 문화일보가 협업한 것도 아닐 텐데 일주일 상관에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더 소름 돋는 것은 '김창기 님' 역시 '칼 융'과 같은 정신과 의사라는 점
이쯤 되면 '생각한 대로 이뤄진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뭔가 우주의 기운이 담긴 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참에 다시 생각해 본다.
드라마 '무빙'에서도 나온 이야기처럼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결과'를 꿈꾼다.
필연적으로 이뤄지는 결과가 아니라면 우연히라도 그런 결과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
꿈꾸고 생각하면 그런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