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12.12사태라 불리던 1979년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이다.
3년 전 개봉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다뤄졌던 10.26 사건(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피격 사망 사건) 이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도입부에 실화에서 모티프를 받아 일부 각색된 내용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내용은 이미 고증된 역사적 사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10.26 사건 수사를 맡은 합수단장이자 보안사령관인 전두광과 그의 쿠데타를 막으려 끝까지 노력했던 수경사령관 이태신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두광은 군대 내에 조직된 사조직(하나회)을 활용하여 국가와 군의 시스템을 무시한 체 권력을 빼앗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계엄사령관 체포작전이 벌어진 결정적 하루 동안의 일이 생생하게 스크린에 그려진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기에 스포일러를 할 것은 거의 없지만, 나보다 뒤에 이 영화를 볼 사람들에게 굳이 미리 해줄 얘기가 있다면 손수건이나 휴지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다.
잘 짜인 극본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긴장감을 유지한 체 영화를 보다 보면 안타까웠던 그날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감정이 북받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끝까지 군사반란을 막고자 저항했던 사람들이 겪게 된 현실과 대비하여 신군부의 축하연과 보안사령부에서의 기념사진을 대비시킨다.
기념사진 속 인물들은 그날 이후 대통령도 둘이나 나왔고 장관과 국회의원, 안기부장, 국세청장 등 각종 국가 요직의 권력을 나눠가졌다.
권력을 가진 높은 자리에 있던 그들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만, 끝까지 자신이 지켜야 할 책무를 다하다가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된 지금 이후로라도 그 시대의 잊힌 의인들 또한 기억되었으면 한다.
이태신 (정우성 배우) -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
공수혁 (정만식 배우) - 육군특수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김준엽 (김성균 배우) - 육군 헌병감 김진기 준장
오진호 (정해인 배우) - 특전사령부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
육본 B2벙커 방어 순직 군인 - 국방부 헌병중대 정선엽 병장
(배우 이름을 찾으면 보강 예정임)
영화의 개봉일은 11월 22일이다. 12.12와 똑같이 1이 2개 2가 2개
1과 2의 순서를 바로 잡아준 것 같아 혹시나 개봉일에도 다른 의미를 두어 선택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내 생일에 개봉한 영화이기도 하니 개인적으로는 더 중요한 의미를 두게 된다.
나 또한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고 권력을 강화해 가는지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던 터라 '서울의 봄'이 잊힌 과거의 일로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총칼을 쓰지 않는다고 쿠데타가 아닌 것은 아니고 조직 공동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 개인을 내세워 조직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도 불의한 일이란 점은 명확하다.
우리나라의 사관생도 신조에는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멋진 말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신조라면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신조가 늘 강조되고 지켜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숙제일 것이다.
영화 속 이태신 장군은 외친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이만하면 됐다는 건 그들의 논리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