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은 최강야구
7할의 승률, 올 한 해 31경기를 치러 22경기 이상(70.97%)의 승리를 이뤄내야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조건으로, 은퇴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진심으로 승부에 임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경기 내용만을 전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스포츠란 것이 분명하지만, 경기 자체가 아니라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와 선수들의 노력, 그리고 경기 전후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의 다양한 토크까지 … 어쩌면 최강야구는 프로야구 중계보다도 더욱 입체적인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게 해 준다.
이미 9패를 기록하여 7할 승률 유지라는 지상과제가 위협받고 있는 30번째 경기에서 선수들의 긴장과 중압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평소처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지도 못하고 엄중하게 내려앉은 선수단 분위기는 시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박용택, 이대호 같은 고참 선수들이 나서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지만 분위기 반전이 되지 않던 차에, 프로그램의 수장인 장시원 PD가 나섰다.
“아니 뭐 지면 최강야구 말고 최선야구 하면 되지”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7할을 못해 '최강'을 주장하지 못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라도 뛰자 라는 드립에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고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결국 어제의 결과는 독립야구 최강팀 연천미라클을 상대로 콜드게임승을 거뒀고, 몬스터즈는 31번째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경기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시합 시작 전의 부담을 극복하는 과정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서사가 수면을 방해할 정도의 몰입을 강요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어제 본 최강야구 내용 중 내가 특히 감동받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시합 전 워밍업을 하고 있는 선수들 사이로 김성근 감독이 나타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다가 인사하는 송승준 투수를 불러 세운다.
갑자기 불려 세워진 송승준 선수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할 때 김성근 감독이 이야기했다.
끝내기로 패배했던 강릉영동대와의 지난 경기를 복기했을 때, 9회 위기 상황에 송승준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나중에 송승준 투수의 볼이 그날 가장 좋았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독이 기회를 주지 못해 잘못했다고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분명 이미 끝난 시합, 그것도 패전으로 마무리된 시합을 복기하면서 감독이 스스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기회를 주지 못했던 선수를 찾아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김성근 감독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했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정하여 얘기함으로써 송승준 선수에게는 배려와 함께 다음 기회를 또 진지하게 준비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냥 놓쳐버릴 수 있는 그런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내 준 ‘최강야구’ 제작진의 마음이 또 이해가 된다.
비록 선택에 의해 시합을 뛰지 못한 선수라도 감독과 선수 사이에 어떤 소통이 이뤄지는 지를 보여준 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꼭 야구단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아무튼 '최강야구'는 여러 가지로 볼거리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니 분명히 승부에 대한 부담이 강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이면에서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노력으로 그런 승부에 임하고 있는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또 없는 것 같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또 단체 종목인만큼 서로에게 희생과 분발이 요구된다는 점이 사회의 생활과 많이 닮아있다.
모쪼록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2024년에도 '최강'이라는 이름을 지키며 여전히 땀 흘릴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코칭스태프도, 제작진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