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위 '장비빨'은 정말 유난한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이 있음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개개인의 성향을 떠나 국민성이라고까지 해석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비에 대한 집착은 정말 유별나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장비빨'이라는 단어를 넣어보면 수많은 내용이 검색된다.
'게임은 장비빨', '육아는 장비빨', '골프는 장비빨', '등산은 장비빨', '요리는 장비빨', '캠핑은 장비빨',...
그 영역을 막론하고 아마도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대해 소위 '장비빨'이란 말을 붙여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해발 300m가 안 되는 동네 뒷산에 오를 때도 많은 사람들이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의 옷이나 장비를 갖춰 입고 오른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조금씩 장비에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수백만 원 아니 천만 원이 넘는 자전거를 사서 타는 경우도 흔하다.
자연을 즐기려는 캠핑족들도 이것저것 장비 욕심을 채우다가는 구해야 할 장비가 산더미다.
동네 카페에 커피 마시러 갈 때도 사과 마크가 보이는 장비를 챙기는 모습을 쉽게 본다.
'서툰 목수가 연장탓한다.(A bad workman always blames his tools)'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장비보다는 본인의 실력을 우선해야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은데도, 그놈의 장비 욕심은 당최 사그라들지 않는다.
외국에 비해 유난하다는 우리의 장비욕심... 아니 장비부심.
당연히 그 이유를 내가 알고 있을 리 없다.
다만 혹시나 하고 생각하는 것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등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장비를 소유하는 것에 있어서도 우리의 기질이 발현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장비빨을 세우는 모습이 부질없어 보이면서도 나 역시 장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건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서이다.
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우리의 국민성이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주말에 애플스토어에 가보려 한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