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종합격투기(綜合格鬪技, Mixed Martial Arts_MMA) 경기에서는
타격으로 상대를 쓰러트려 KO판정이 되는 장면 외에도
관절기나 조르기 같은 그래플링(Grappling) 기술로 시합이 마무리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오래전 처음으로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FC 시합을 접했을 때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타격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다가도
그라운드 자세에서 순식간에 암바(armbar)에 걸려 경기를 포기하는 장면을 보고는 그 상황이 쉽게 이해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레슬링이나 유도와 같은 종목에서 사용되는 꺾기(관절기)와 조르기 같은 서브미션 기술은 사실 매우 무서운 기술이다.
제대로 기술이 들어가면 상대가 수초 내에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기술이다.
때문에 종합격투기 심판은 경기 중 혹시라도 선수가 의식을 잃어 탭을 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시합을 관리한다.
종합격투기가 발전해 오는 동안 그래플링을 수련하고 이에 단련된 강자들이 잇달아 챔피언을 차지해 온 사실은 이 같은 기술의 실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무술의 영역에서 암바(armbar)나 암락(armlock)처럼 무서운 '꺾기' 기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일상의 경제생활 속에서 또 다른 '꺾기'는 보통의 삶을 사는 약자를 위협하기도 한다.
'꺾기'란 은행이 협상력 등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 대출을 하면서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여 실질적으로 대출금리를 높이는 불공정행위를 뜻하는 은어(隱語)이기도 하다.
은행법령에 따르면 '대출고객의 의사에 반하여' 금융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은행에서는 실적을 위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이런 불공정행위를 이어왔다.
정부 당국의 오랜 노력으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꺾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행위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은행의 '꺾기' 기술과 적용 범위는 계속 진화해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장기간 가입의무가 있는 보험. 펀드 등에도 적용되면서 고객 피해는 보이지 않게 더 심화되기도 한다.
이런 불공정행위를 왜 '꺾기'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추리해 보자면 마치 팔을 비틀어 꺾고 원하지 않는 행위를 시킨다는 것에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실제 받아내려는 이자율보다 꺾어서 낮아 보이게 속이는 방식이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별도의 은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런 영업 방식은 만연했었고,
이를 통해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은행이 이익을 보기 때문에 정부당국의 규제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은행의 경우가 아니어도 거래의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는 '꺾기'처럼 편법적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쉽게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거래 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면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취급되어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기업주(企業主)가 자식이나 친척 같은 특수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과도한 이익을 챙겨주는 행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지원행위로 판단되어 공정거래 관점에서 불법 내지 편법적인 행위로 취급된다.
하지만 관련 규제의 사각(死角)으로 숨어들기 위해
기업들은 '그래플링' 기술의 진화처럼 부당지원 기술도 발전(?)시켜 왔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나부자'氏는 공시 의무를 갖는 큰 규모의 유통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아들인 '나이세'氏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싶지만 상속세율이 높아 지분을 넘길 방법을 고민한다.
그래서 생각한 게 '나이세'로 하여금 택배회사를 세우게 하고 그 회사에 유통업체의 배달 일감을 몰아주어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은 워낙 자주 사용되어 문제가 되고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면서 이미 법률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제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 있기에 '나부자'氏는 거래상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행위를 감추려 한다.
우선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의 택배기업(예를 들어 '무관택배'라고 하자)과 배송 계약을 맺는 것이다.
'나부자'氏는 '무관택배'의 큰 고객사이므로 '무관택배'와의 거래조건을 조정하여
아들인 '나이세'의 회사와 별개로 보이는 계약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무관택배'는 '나부자'의 유통창고에서 발송되는 상품에 대한 포장검수 업무를 '나이세'의 회사에 위탁한다.
그렇게 해서 결국 '나부자'는 '무관택배'에 연간 100억 원의 택배비를 지불하고, '무관택배'는 '나이세'의 회사에 포장검수 위탁용역비로 40억을 지불한다.
포장검수라는 업무는 사실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지만
'나부자'씨가 '무관택배'에 그만큼의 초과이윤을 보장함으로써
'나이세'는 '무관택배'로부터 비정상적인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회사를 끼워 넣어 마치 별개의 계약처럼 거래를 하더라도 사실 이들의 거래에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목적이 있다.
다만, 이런 식의 거래는 기업의 공시를 통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신고할 의무가 없어지기에 아무래도 부당한 거래가 외부에 노출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일들은 편법인 동시에 위법의 경계를 줄 타는 것이고 기업의 외부로 알려지면 기업평판과 시장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들은 은행의 '꺾기'처럼 그렇듯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거래 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필요한 이익을 얻으려는 측의 욕심이 사라지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지만 위험한 금단의 기술을 사용할 때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위험한 기술인 줄 알면서도 심판의 눈을 피해서 기술을 풀지 않고 지속하면 어떻게 될까?
격투기 케이지 안에서 심판의 눈을 피해 기술을 풀지 않으면 우선은 나의 상대가 위험해지고,
결국 시합 중 끔찍한 비극이 생길 수도 있다.
일반 상거래에서도 규제기관의 눈을 피해 위법한 기술을 지속하다가는 그 후일의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어느새 되돌리기 힘든 위험이 기업에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경우이든 금단의 기술을 절제 없이 활용하다가는 적당한 때에 멈추지 못한 책임이 크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적당한 선에서 조심해야 한다.
멈출 줄 알아야 또다시 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