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에 “DTD”라는 영어 약어(略語)가 있다.
“Down Team is Down” 이게 영문법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약어이다.
스포츠의 묘미가 승부의 의외성에 있다고 하지만 그건 단기전의 경우에 해당하고, 장기간 승부의 결과를 누적하여 평가하는 시즌 성적의 경우에는 결국 전력이 우세하다고 평가받는 팀들이 상위권으로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하위권으로 수렴하는 게 당연시된다.
시즌 개막하고 전반기까지 상위권 성적을 보이던 팀이 결국 뒷심 부족으로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경우를 보면서 이런 표현을 쓰고, 반대의 경우로 하위권으로 시작한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도 역시 “될(Doel) 팀은 된다(Doen da).”라는 variation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DTD라는 약어 하나로 순위 변동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 부족으로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 시즌 초에 반짝 달리다가 점점 무너져 내리면, 팬들은 DTD라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게 되고 그 대상이 상대팀이라면 조롱하면서 DTD라 결론짓는다.
스포츠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 조직 안에서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판단할 때 "될 사람"인지 "안 될 사람"인지를 생각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성공할 사람인가 아닌가를 점칠 때의 판단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누가 봐도 성실하고 식견이 있으며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성장하고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같은 이유로 그런 사람은 조직에서 성장하거나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조직에서 사람의 성공 여부는 스포츠에서 특정 팀의 성적을 예상하기보다 훨씬 힘들다.
객관적인 시합의 Rule과 결과가 공유되는 스포츠와 달리 일반적인 조직 안에서는 그런 Rule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판단의 이유도 잘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 조직의 경우에도 선출직 조직장이 바뀌면 그 조직 안에서의 인사는 능력보다도 친소 관계나 맹목적 로열티로 판단될 때도 있는 걸 보면 그런 예측이 가능하기는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언젠가 계열사의 고위 임원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얘기를 주고받는 중에 그분이 한 얘기 중 격하게 공감 가는 얘기가 있었다.
조직에는 "될 사람"과 "안 될 사람"이 있다. 될 사람이 되거나 안 될 사람이 안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딱히 논할 거리도 안된다. 될 사람이 안되거나 안 될 사람이 되는 게 문제가 되는 건데 그중에서도 안 될 사람이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였다.
될 사람이라는 게 임원 선임이나 승진의 경우라고 생각하고 그분의 말을 되짚어보니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직원이 임원이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자기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니 조직 입장에선 해가 될 게 없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게 되면 그 자체로도 회사의 리스크가 되겠거니와 그런 사람이 중용되는 모습을 본 직원들이 어떤 기준과 가치로 회사일에 임해야 하는지 혼돈스럽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의 DTD는 어느 순간 깨지는 경우가 있어도 의외성이 주는 재미로 리그를 흥미롭게 만든다. 하지만 조직에서 DTD가 깨지는 경우는 오히려 조직의 건강한 가치 기준을 무너뜨리고 조직을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의외의 결과가 재미를 주는 경우와 의외의 판단이 재앙이 되는 경우가 공존한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스포츠에서 자조와 조롱의 의미로 쓰이는 DTD가 우리 일상의 조직 안에서는 당연한 결과로써의 기대와 확신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