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信賞必罰)이란 고사성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이다.
여러 고사(故事)에서 회자(膾炙)되는 이야기로 나라가 부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신상필벌'의 원칙이 바로서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상필벌'의 뜻을 ‘공을 세운 사람에겐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사람에겐 벌을 준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고사의 내용과 한자 구성을 살펴보면 ‘상’과 ‘벌’이란 단어보다 ‘신’과 ‘필’이란 글자에 더욱 강조되어 있는 의미가 크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신상필벌'이 그냥 단순하게 상벌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공을 세운 자는 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생기고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고 생각되도록 공정하고 일관되게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공과(功過)에 대해 예외 없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만 사람들은 상을 받기 위해 공을 세우려 하고 벌을 피하기 위해 과오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원칙과 동떨어진 상벌제도가 운용된다면 사람들은 상 받은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시기하게 되고 벌 받는 사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 여기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까 '신상필벌'은 상벌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가 기준에 따라 항상 올바르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 말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현실 속에서는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그렇지 않은 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달라 보이고,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 경우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더욱이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연결해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누군가에겐 성과 없는 포상이 주어지고 어떤 이에겐 귀책 없는 처벌이 강요되기도 하는 걸 보게 되면 과연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일반 회사와 같은 조직에선 대개 1년 단위로 성과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이뤄지게 되므로 '신상필벌'의 판단 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다.
한해 내에 성과를 증명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따르게 되고 실수와 실패 역시 갖은 수로 감춰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단기적으로 이뤄진 신상필벌의 결과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다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성과 판단에 대한 반성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슬그머니 과거에 성과라고 주장했던 내용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 정도로만 수습하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신상필벌'에 대한 판단이 항상 정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결과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런 노력이 눈에 보일 때에 비로소 '신상필벌'이 제대로 자리 잡게 되고 그 결과 조직이 부흥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왕에 '사필귀정'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면
옳은 결과로 귀결되는 과정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으면 더욱 속 시원하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