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의 재구성

by 랜덤초이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는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라는 뜻이다.

'인지찰즉무도(人至察則無徒)'와 댓구로 쓰여서 ‘사람이 지나치게 살피고 가리면 따르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전해지는 말이다.


간혹 원리원칙에 충실하여 타협하지 않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거나 주의를 주듯 얘기되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해설을 살펴보면 저 말은 원리원칙에 충실한 경우에도 여유와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한다.


내가 여러 사람들이 해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장의 구조를 짐작하기로는 물은 ‘리더’ 물고기는 ‘팔로워’라고 이해되었다. 리더가 너무 엄격하게 디테일한 일까지 관여하여 챙기려 들면 팔로워가 일하기 힘들어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로 비유한 사례로는 훨씬 더 유명한 사례가 전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사례가 그것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의 유래는 삼국지의 영웅인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에서 유래한다. 유비는 제갈량이라는 절세의 인재를 얻기 위해 그의 초옥에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가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해 제갈량의 마음을 얻는다.


제갈량을 맞아들여 극진히 존중하는 유비의 모습을 본 관우와 장비가 너무도 과한 대우라고 불평하자, 유비는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孤之有孔明 猶魚之有水也 願諸君勿復言)고 아우들을 타일렀다.


재밌는 것은 유비가 이야기한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서는 주군(主君)인 본인을 '물고기'로 이야기하고 신하(臣下)인 제갈량을 '물'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물고기에게 물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유비 본인에게는 제갈량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물고기와 물로 표현한 두 개의 문장이 각각 다른 대상을 비유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여기에 나의 관점을 덧붙여 생각해보자면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라는 말에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의 하천 수질등급 분류 기준을 생각해보면 수질은 5단계의 등급과 등급 외로 나눈다고 한다. 각각의 수질등급에서는 그러한 수질에서 살 수 있는 지표생물로서의 물고기가 존재한다.

가장 깨끗한 수질등급인 1 급수에서는 버들치, 버들개, 산천어, 독중개, 금강모치, 민물가재 등이 살고, 2 급수에서는 돌고기, 은어, 퉁가리, 갈겨니, 쉬리, 꺽지 등이, 3 급수에서는 잉어, 붕어, 미꾸라지, 뱀장어, 메기 등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아래 4 급수와 5 급수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알려진다.


이런 사실을 두고 생각할 때 '물이 지나치게 맑다'는 것이 실험실 환경의 증류수를 상상하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연 상태의 하천이라면,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는 오히려, '수지탁즉무어(水至濁則無魚)' 즉 '물이 너무 혼탁하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라고 쓰는 게 더욱 현실적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사용해야만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려는 실제의 노력에 부합하는 표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문장이 비유하는 적절한 의미로는 "사회나 조직이 지나치게 집단주의화 되거나 부패하면 의로운 사람의 씨가 마른다" 정도로 활용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하천의 수질을 보호하듯 사람 사는 사회와 조직도 부정부패로부터 보호되어야, 의로운 사람들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다양성과 자유가 살아있는 건강한 사회의 명맥이 이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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