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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Aug 27. 2020

질병과 회복에 대하여

올초부터 코로나로 전 세계가 들썩인다.

요즘엔 장마에, 홍수에, 태풍까지.

무기력감이 대한민국을 잠식하고 있는 느낌이다.

누리꾼 중 한 사람은 지구가 병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복하는 중이란다.


코로나를 필두로 질병을 둘러싼 이해 집단의 갈등이 기승이다.

'암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망가뜨린다'. 언젠가 TV에서 본 토크쇼 패널의 말이 떠오른다.

질병에 걸린다는 것은 먼저는 개인에게도 위험하고 두려운 일이지만, 다음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허지웅이 나왔다.

혈액암 투병 사실을 알린 뒤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한 투병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밤에 오기가 들었고, 이내 살아보자는 희망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SNS로 오는 질문에 일일이 정성스레 응원해주고 답변해준다.

같이 출연한 패널들은 '이제 희망의 아이콘이시네요'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미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프란 드레셔는 질병과 관련해서 이런 말을 했다.

"Illness is the great equalizer. It doesn't matter who you are, rich or poor, young and old, fat or thin, sick is sick."

프란 드레셔도 자궁암을 투병한 적이 있다.  

2년 간 8명의 의사를 만났고, 많은 오진에 시달렸다.

회복 후에는 암 조기진단을 위한 단체를 설립해 의료 공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

허지웅 대신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어도 '희망의 아이콘' 자막이 달렸을 것이다.


큰 병치레를 하고 난 사람은 변한다고들 한다. 다시 태어났다고들 한다. 

진정한 의미의 회복이다.


전 세계에 큰 병이 돌고 있는 지금, 너무나 많은 집단이 갈등을 빚는다.

연대는 가식이 가득한 말이 됐고, 인류애는 사치에 불과한 말이 되었다.

바야흐로 질병의 창궐보다, 질병을 둘러싼 사람 간 갈등이 어렵고 두려운 상황이다.


지구촌은 큰 병치레를 하고 있다.

질병은 절망과 오기와 의지의 순환이다. 그리고 이퀄라이저의 기능도 한다.

지구가 병들었다, 그래서 회복 중이라는 누리꾼의 말이 맞을까.

큰 병치레를 하고 나면 진정한 의미의 회복이 다가올까.

지구촌이, 사람들 모두가 희망의 아이콘이 되길 기도한다.



사진,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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