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1'
* V-nomics : 브이노믹스는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를 의미한다 *
적응하거나 죽거나
-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
p.134
"우편번호가 당신의 건강 상태를 결정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흑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30%다. 그런데 2020년 4월 해당 지역의 코로나 사망자를 따져보니 무려 72%가 흑인이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도 흑인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률과 사망률이 백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에서 흑인은 백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의료 시설이 부족한 동네에 산다. 대부분이 버스 기사나 슈퍼마켓 계산원 등 '재택근무'가 가능하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며 비싼 보험료를 내지 못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고소득층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 아파트를 떠나 휴양지나 교외 별장으로 피신할 수 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넓은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시간이 되면 맨해튼 사립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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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재난은 특별한 면이 있다. 인간은 질병 앞에 평등하지만 질병에 노출될 확률은 평등하지 않다. 원인, 과정, 결과 모든 측면에서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현상이 코로나 양극화의 일면이다. 'K자 형'은 경기회복에만 해당하는 분기가 아니며 개인의 일상에서도 그 차이가 극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살펴보아도 양극화의 골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전체 소득은 전년 분기보다 늘었지만,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 분위 소득(95만 9,019원)은 전년 분기보다 3.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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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일용직, 임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면서 이들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반면, 여유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자산 가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이 "위기로 인해 위기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더 부각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코로나 19 사태로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던 사회적,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빨라지며 준비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대응 격차도 크게 벌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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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다.
흑사병이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분기점이 됐다. 만약 흑사병이 아니었다면 중세가 20세기까지 지속됐을 수도 있기에, 코로나 19가 흑사병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세상은 한꺼번에 빠르게 변화한다고 한다. 언론이나 유튜브 그리고 서점가를 점령한 키워드를 보면 '지금 이런 것을 준비해야 한다. 투자해야 한다. 지금 이걸 배워야 한다' 등등의 내용이 대다수이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한다는데 나라는 사람은 고인물을 넘어서, 고인물이 존재할 공간마저 사라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위에 있는 내용의 영상을 보거나, 책을 보아도 마음속 불안이 다 가라앉지는 않았다. 스스로 움직이고,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이 있을 때만 불안감이 잠시나마 작아지는 느낌. 세상이 변하는 만큼은 아니라도, 나도 느리지만 걸어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정신승리' 같지만 이런 불안 속에 믿고 나갈 건 오직 '나' 밖에 없다!
안 읽던 뉴스를 보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이다. 핸드폰으로 아침 뉴스 키워드만 읽는 정도지만 어느 날부터 온 택트, 긱 이코노미, 재택근무처럼 작년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이 일상에 들어왔다. 뉴스에서는 이 단어와 공존할 수 없는 세상(트렌드의 이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네이버가 쇼핑에 진출했다, 쿠팡에 도전장'이라는 온라인 마켓에 대한 기사와 최신 트렌드가 뉴스를 도배했다. 대기업 외에는 차별받는 기분이랄까. 대기업은 알아서 잘 가고 있다. 오히려 없던 길도 만들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갑자기 이 상황에 놓인 개인이 문제라면 문제다.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더듬더듬 걸으며, 헤매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길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고, 앞서 나가는 사람들과 기업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바라봐야 할 때이다.
이런저런 곳을 둘러보다가 'class 101'처럼 재밌는 사이트도 발견했다. 재능이 있거나 알리고 싶은 사람들은 유튜브와 블로그, 브런치, E북까지 많은 플랫폼을 활용했다. 이렇게 많이 알려지면 'class 101'이나 '탈잉'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갖고 있는 재능을 공유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런 게 N잡러구나. 이미 있는 세상이지만 이제 알게 된 사람으로서 구경하고, 또 수강 신청도 해보고!
뉴스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있다. 동네 가게나 재래시장처럼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켓은? 주변의 동네 가게가 뉴스와 대비되어 보였다. 모든 세대가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온라인 마켓에 진출할 수 없는 동네 가게나 노점상처럼 가려진 곳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약자에 대한 보살핌은 배려가 아니다. 승자 독식의 세상에 대한 견제이고, 사회를 만드는 기본적인 지지대이다. 그래서 우린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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