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피아노 한가운데에 있는 '도, 레, 미'건반 3개가 반밖에 눌리지 않았다. 아직 피아노를 산지 1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고장이라니....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건조한 환경이 문제라 해서 적혀있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피아노를 샀던 곳에 전화해볼까 하다가 그냥 새로운 곳을 검색해 보았다. '1급 조율'이라는 단어로 검색 후 전화 그리고 오후에 아빠보다 조금 더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조율사님이 방문해 주셨다. 3개의 건반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고~조율과 추가 작업이 필요한 상태라고^^;;
조율사님은 방에서 피아노 조율을 하시고, 난 거실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 피아노에서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렸다~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음색이 완전히 달라졌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씀드렸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전자피아노를 많이 찾는 트렌드와 피아노 공장마저 외국으로 이전하면서, 피아노 기술자들이 다른 일을 찾아서 많이 떠났다고 하셨다. 조율사님 세대가 은퇴하면, 앞으로는 지금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질 거라는 말씀까지 ㅠㅠ
조율을 마치시면서, 지금 피아노는 50년은 더 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주셨다^^
1급 조율의 결과~ 소리만 달라진 게 아니라 건반의 터치감까지 달라졌다. 가벼운 터치감에서 약간 묵직하게, 거기다 건반 하나하나의 소리가 크고, 더 맑아졌다. 자동 화음이 생긴 것처럼~
비용은 들었지만 건반 고장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 피아노가 가진 아름다운 목소리를 계속 모르고 살았을 테니깐. 같은 나무에서 이렇게 전혀 다른,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나에게 생기는 일련의 문제, 어떤 일들도 이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생각해보는 일이 없었을 거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좀 더 잘 나가는(?) 인싸의 삶을 살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이 브런치가 아닌 자랑하고 싶은 사진과 함께 인스타나 페이스북이 아니었을까?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에 집중해서 살고 있겠지~
떠올리기 싫은 어떤 일들, 마음속에 오래 담아 놓았던 어떤 일들을 통해서, 그 아픔과 결핍이 지금을 살아가는 운동에너지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에너지도 마음에 오래 남았던 감정의 흔적들이 중요 소재가 되었으니깐^^
그때그때 다가오는 어떤 일들은 어떤 의미가, 그리고 어떤 행운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