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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이 좋은 날

나태주, '좋은 날'

by 그럼에도

[ 좋은 날 ]

나태주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의무감, 반복적인 일상 속에 잊어버린 게 있다.


내가 좋아하던 것, 내가 즐겨하던 것.


새벽 기상을 시도하며 눈 뜨자마자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갑자기 커피 향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24살 이후로 멀어진 녹차를 즐겨마시던 추억. 며칠 전 인생 첫 다기세트를 샀다.(학부생 때는 플라스틱과 유리의 중간쯤인 다기세트를 사용하다가 언젠가 분리수거로 내놓았던 기억)


오늘은 다시 녹차를 마신 지 5일 되는 날이다.


취직을 하고, 잦은 회식을 하던 그때에 나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커피 향기는 좋지만 그 쓴맛을 이해하지 못했다. '향기 좋은 한약 맛 나는 차' 아메리카노라면 특히나 그랬다.


'저렇게 쓴맛 나는 차를 왜 마실까?'로 시작했던 나는 출퇴근의 피로와 그때그때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커피를, 아메리카노를 찾았다. 그렇게 커피 카페인은 일상의 보약 같은 존재, '생명수'였다. 그리고 라테에서 시작한 커피는 아메리카노, 샷 추가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까지 점점 더 고농축 카페인으로 변해갔다.


그런 내가 갑자기 녹차가 그리워졌다. 다시 20살이 된 걸까?


20살에 좋아하던 녹차 마시기, 책 읽기, 그리고 혼자 공상에 빠져 있는 시간들. 내가 새로움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예전의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었다.


낯설지 않은 편안함의 이유는 익숙함이었다.


다시 20살이 되었다. 그리고 녹차는 위에 있는 녹차 다음에 새로 산 녹차(우전)는 또 다른 맛이었다.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서 달랐던 그 맛, 잊고 있었던 그 맛을 오늘 아침 발견했다.


새로워진다는 건, 어쩌면 지금에 잊어버린 그 무엇을 알아가는 것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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