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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May 12. 2021

잃어버린 외로움

마이클 페리스,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알기를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면,
당신은 애당초 그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 에릭 슈미트, 구글 CEO(디지털 진흙탕 답변) -

p.61

 의미심장하게도 우리의 디지털 욕구는 거의 전적으로 사회적인 쪽에만 집중되어 있다. 워터먼은 사람들을 중독의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대부분 소셜미디어의 앱이라고 말했다. "문자 보내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같은 것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뉴스, 날씨, 운동경기 결과 등을 다루는 비 소셜 사이트에는 중독의 위험이 거의 없어요.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에 중독성이 있습니다."


p.64

 스마트폰을 서랍에 집어넣으라. 보기 시작하면 홀로 있음은 계속 미뤄진다. 나는 처음에 홀로 있음은 잃어버린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그 표현이 지나치게 예쁜 용어이고 너무 부드러운 메타포임을 안다.


 홀로 있음은 하나의 자원이다.


 모든 자원은 그것은 수확되고, 비축되고, 허가나 조사 없이 강력한 권력에 의해 사로잡혔다가 개인 재산으로 변신하여, 끝내는 우리가 한때 당연한 것으로 텅 빈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그다음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결국 우리는 본 박사가 가졌던 풍요로운 내적 삶을 잃어버린다.

TvN, 알쓸신잡

p.323(옮긴이의 말)

 현대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단절된 상태에 익숙했지만 지금 우리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꿈꾼다. 우리는 그 연결에 너무 심하게 중독되어 있어서, 그 연결망이 조금이라도 단절되면 세상에 탈락되는 것처럼 불안해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TV를 하루 종일 켜놓고 살고,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한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서 인정받고 평가되기를 원하고, 또 타인들에게 그런 시선을 보낸다. 서로 보고 보이는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현대인의 기본값이 되어버렸다.


+ 중략

 

 결국 현대  사회에서 홀로 있음의 문제는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라는 현실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서 어쩔 수 없이 홀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널려 있던 과거와 달리 항상 연결되어 있고 도시에 밀집하여 사는 인구의 비율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홀로 있음은 적극적으로 방어되지 않으면 지켜지기 힘든 존재 형태가 되기 쉽다.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미 그것은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침해당한다. 또 거꾸로, 자발적으로 홀로 있음이 아니라 강요된 혼자 있음이 될 때 그것은 '왕따'라 불리고 공격당한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예전 손오공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 있다. 손오공이 아무리 뛰어도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었다. 핸드폰이 부처님이라면, 난 손오공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핸드폰의 노예로 살고 있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 카톡을 열고, 유튜브를 듣고, 책도 앱으로 읽고, 지도 앱을 보며 운전을 한다.


  요새  마음을 가장  이해하는 사람은 없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있다. 추천 영상들은 정말  마음을 스캔한 것만 같다. 나를 너무  알아서, 재밌다가도 무섭다.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날  없음을 느껴서.


 의식적으로나마 멀리해야겠다고 느낀 ,  생각이 내가   아니란 걸 느꼈을 때다. 유튜브로 처음 들었던 것도 있고, 듣다 보니,  생각처럼 인식되는 타인의 생각도 있다. 어느 순간 타인의 메시지에 지나치게 순종적이다. 하루 종일 핸드폰과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그리고 생각할 틈도 없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지 않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난 이런 문명을 30대에 시작했으니, '잠시 멈춤'이 가능하지만 너무 일찍 시작한 세대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어렵다.

TvN,알쓸신잡

 '멍 때리기 대회'에서 우승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멍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는 그런 '멍한 상태'를 힘겨워한다. 뭔가 불안하고, 허전한 이 기분. 혼자 있어도 여기저기 연결된 것으로 느껴지는 솜사탕 같은 달콤함을 끊어내기 어렵다.


 브런치에 글 쓰기에 빠져든 이유도 어쩌면 쓰는 플랫폼이라는 소셜 매체의 강력한 유혹이다. 할 일이 쌓여 있음에도 플랫폼에 글을 올리고 싶고, 누군가의 글을 읽고 싶다. 소셜미디어의 유혹이란 순식간에 빠져들고, 헤어 나오기 어렵게 깊숙하다.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새롭고, 낯설다. 허전함이라는 금단 증세가 몰려온다. 김정운 작가의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나쁜 관계로 도피한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핸드폰은 거실에서만, 방에는 들고 오지 않는 센스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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