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p.54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이러한 차이를 '저맥락'사회와 '고맥락'사회의 구분을 통해 설명하였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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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에게 있어서 행위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 조정되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p.63
인간관계를 강조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해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함께 놀 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특히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네가 밥을 안 먹으면, 고생한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슬프겠니?", "인형을 그렇게 던져버리다니, 저 인형이 울고 있잖아!", "담장이 아야 아프다고 하잖아!" 같은 말들로 꾸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물의 속성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훈련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독립적인 행동을 하도록 교육받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미리 예측하도록 교육받는다.
타인의 감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훈련의 효과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나타난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들이 타인의 진짜 속마음과 감정을 잘 읽어낸다고 한다.
제프리 산체스 버크스와 그 연구팀은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어떤 경영자가 부하 직원에 내린 평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들에게 그 평가에 나타난 '숫자'에 근거하여 경영자의 진짜 속내를 추측하게 하였을 때 미국인들보다는 한국인들이 훨씬 더 잘 읽어냈다. 미국인들은 숫자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한국인들은 숫자의 이면에 있는 경영자의 감정을 읽으려 했던 것이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의 순위는 분기별로 분야가 다르다. 하지만 인간관계, 말(말 습관), 심리에 관련한 책은 한결같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나도 위의 코너에 주로 서 있곤 한다. 최근 몇 년간 특히 많이 본 키워드는 '자존감'이다. 남과 다른 나, 나와 타인, 개인과 사회 등등.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오랜 시간 교육받았고, 사회생활을 통해 숙련 중임에도 나는 '개인, 나 자신'을 찾겠다고 서점 여행을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괜찮은데 왜 우리는 이렇게 다르면, 좀 튀면, 그리고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다르면 이렇게 비난받고, 외면받고, 또 상처 받아야 할까?
이 책의 서문에서부터 들려주는 많은 일화와 실험, 사례에서 역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하나'라는 글로벌 시대에 동양의 가치관과 서양의 가치관이 섞이고, 또 하나의 파도를 만들어간다. 파도는 멈출 것인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인가?
예전에는 베스트셀러를 읽으려고 서점에 갔다면, 요새는 사람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궁금해서 서점에 간다. 베스트셀러는 재밌게도 사람들의 관심 키워드를 알려준다. 빅데이터 전문가가 데이터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그들은 자신이 다른 내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매우 유사하다고 느끼고,
그들을 외집단 구성원보다 훨씬 더 신뢰한다.
사람들은, 즉 동양 사회에서는 동질성이 중요하다. 남들과 다른 사람은 '왕따, 은따'라는 단어처럼 '우리'라고 하는 집단에서 떨어뜨려 놓는다. '끼리끼리'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나의 남다름이 심리학 책을 읽게 했고, 책 속의 책 ‘생각의 지도’를 만나게 됐다. 결괏값에서 원인을 찾아온 느낌!
동양적 사고관의 전형적인 인물인 ‘나’라는 사람은 서양의 사고방식을 원하기 시작했다. 과연 자의일까? 타의였을까? ㅎㅎ
새로워지려고 한다. 나도, 세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