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Aug 20. 2021

세상의 원리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p.28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그깟 오만 원 아끼려고 내가 이러는 것 같아?

 

어째서인지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 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 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


 세상의 원리. 그건 동전의 양면이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대가였다.

 25,  월급을 받았다. 나보다  전년도에 먼저 취직했던 콩콩이를 가끔씩 만났었다. 자주라고는   없었지만 만날 때마다 밥은 내가 샀고, 콩콩이는 커피를 계산했다. 그땐 그게 배려인  알았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라 비슷했지만 콩콩이는 작은 사무실에 취직했으니, 조금   회사에 다니는 내가 밥값을 내야   같았다. 콩콩이는 평소에도 '소비'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그런 짠순이로 유명했다. 월급의 금액은 모르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적을 (?) 같은 생각에  나름의 배려였다. 서운한 , 고마움 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콩콩였지만 워낙 ''(?) 성향, 잔정이 없는 사람이려니 생각했었다. 그리고 30대가 되면서는 둘이 만나는 일은   없었다. 콩콩이와 둘만 만나는 일은 되도록 피해왔기에.


 딱 한 번, 콩콩이가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오는 이벤트를 해준 적이 있었다. 엄청난 감동이었고,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밥값을 나 혼자 계산했던 기억도 사라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미역국 계산서'가 도착했다. 점점 거리를 두는 나에게 '그때 내가 끓여준 미역국 기억하지?'로 시작된 메시지를 보았다. 생일날 감동했던 기억과 함께 잊고 있었던 근 몇 년의 밥값의 기억이 부활했다. 내가 받은 건 다 잊었지만, 내가 준 거 한 번은 특별하게 기억하는 신기한 계산법에 느꼈던 어이없음이란...


 세상의 원리가 모두에게 같은 방법으로 작동되지는 않는다. 콩콩이만의 원리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세상을 살아간다. 저마다 다른 원리로.


 주인공의 대화에서 콩콩이를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런 날이 다시 올까?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니, 알 수 없지만 각자 잘 살아가기를.



https://www.pinterest.co.kr/pin/649222102512187837/

작가의 이전글 '우리' vs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