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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Sep 04. 2021

예민한 사람들

전홍진, '매우 예민한 사람을 위한 책'

p.50

[스티브 잡스와 환 공포증]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를 보면 그가 버튼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환 공포증의 일종으로 동그란 형태의 물건이나 구멍을 보면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이다. 둥근 표면 가운데 아래로 움푹 패어 있는 구멍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 구멍 속에 다시 둥근 물체가 들어 있다면 더 심하게 불편하고 오싹한 느낌이 밀려온다. 이를테면 구멍이 있는 단추나 가운데 씨가 많은 해바라기나 수세미류의 식물, 피부가 심하게 파여 있는 사람을 봐도 온몸이 오싹하면서 환 공포증이 밀려온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하기 전에 휴대전화는 블랙베리처럼 아래에 수많은 버튼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버튼을 없애고 터치식으로 바꿔 스마트폰의 혁명을 가져온 이가 잡스였다. 아이폰에 대한 그의 유명한 소개 영상을 보면 자신이 어떻게 버튼을 없애고 기존 기기를 단순화해서 스마트폰에 통합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영상 속 잡스를 보면 그는 라운드 티셔츠와 버튼 없는 옷을 입고 있다. 중요한 자리일수록 자신의 성격이나 성형이 더 잘 드러나는데, 여기서 그의 성격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aA17H-3Vig

스티브 잡스 2005년, 졸업식 축사


 그는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 중략


 공포증이나 만성적인 불안, 우울증, 신경증(노이로제)은 흔히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관련 있다. 환 공포증은 어린 시절 자신을 거부한 것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이 어머니의 모성을 형상하는 둥근 모양에 대한 공포에 담겨 있을 수 있다.


 "친부모가 날 원하지 않아서 버렸다는 말을 듣고 울면서 집에 뛰어 들어간 적이 있어요. 부모님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면서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


 잡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잘 승화시켰다. 이로써 그는 세상을 바꿀 놀라운 기기들을 선물했다. 여기에는 잡스의 천재성, 미국의 사회적 포용성과 창의력에 대한 존중, 잡스의 자존감을 높여주려 했던 양부모의 노력과 사랑이 있었다.


 남들은 다 괜찮은데 너만 왜 그래?


 우울증을 진단받은 지인이 가족한테 이런 말을 듣고 더 힘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꼭 우울증이 아니어도 같은 상황에서 다들 괜찮은데, 혼자만 '괜찮지 않음'을 고백할 때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남들 다 하는데~, 남들도 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더 이상하다' 등등

Thomas Wilmer Dewing, 'The Recitation'

 세상이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는 남과 비슷하고, 집단에 순응(?)하며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예민한 사람들, 즉 같은 상황에서도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관점에 따라서 예민함을 소심함으로 볼 수도 있고, 자존감 부족(?)으로도 비칠 수도 있다. 예민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패턴과 대안, 예민한 사람의 단점이 강점으로 바뀌어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은 말하고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나만의 특성, '예민함' 이해하고, 이완시켜 보자..  마음이 너무 심하게 예민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듯, 예민한 사람의 마음속 '불안과 긴장감' 관리해보자.


  일반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예민함을 숨기고 싶어 한다. 외향성이 인정받는 사회생활에서 '예민함'은 단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예민성 에너지'는 잘 관리하고, 활용한다면 역으로 성공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순간의 작은 상황을 포착하는 능력은 예민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환 공포증'이 '터치 스크린'의 시작을 가져온 것처럼. 어쩌면 예민함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창의력을 더 많이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책은 예민함을 '일상의 불편함'에서 '극복과 승화'로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예민성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나의 예민성을 관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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