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누군가의 버스킹 이야기를 듣다가 응원하는 글을 적었었다. 글을 적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번 버스킹을 해본다면 어떨까? 글에는 힘이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힘. 내가 쓴 글에 내가 움직이게 되었다.
피아노가 있는 도서관을 2년간 지나쳤고,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학생의 뒷모습을 2년간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연이 결국 나를 피아노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계획 없이, 우연하게!
2년간 누군가의 연주를 들었다. 2년간 피아노를 배웠다. 그리고 오늘 나를 움직이게 만든 그 공간에서 버스킹을 하였다. 이 생각은 11월에 갑자기 떠올린 버킷리스트였다. 연말 이벤트로 피아노 버스킹!
방학이면서 코로나 시기라는 특성상, 오늘 그 공간에는 한 명의 학생이 있었고, 잠시 후 떠났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나를 위한, 나만의 콘서트가 열렸다. 원래는 준비한 3곡만 연주하려 했지만 아무도 없고, 집에서 먼 공간을 왔다는 생각에 1시간 넘게 즐기다 왔다. 피아노는 오랜 시간 조율이 안된 상태라 소리는 안타깝지만 나의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무리는 없었다.
나의 첫 버스킹 영상을 보고 나니, 뿌듯해진다. 연말이 되면 늘 마음이 답답했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후회, 실망 한 보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달랐다. 분명 작년과 같은 일상을 보내었지만 후회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에 대한 욕심과 바람 한 보따리가 기다리고 있다.
분명 나라는 사람의 위치도, 팬데믹이라는 특수성도 동일한데 전혀 다른 생각과 꿈을 꾸고 있다. 밀라논나의 책에 나왔던 구절 '숙제처럼 말고, 축제처럼'이라는 말을 종종 되새김질한다.
축제처럼 일상 속에 작은 기쁨을 배치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지 간에. 어쩌면 나의 일상은 시계추처럼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거기다 2년간 사람들과의 만남도 최소화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와 재미를 더하고 싶었다.
팬데믹 기간 2년 차,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외로움은 있지만 심심함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시도를 하면서 나의 취향과 느낌을 알아가고 배워간다. 오랜 시간 나의 취향과 취미가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 늘 궁금했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이 신기하고 너무나 멋져 보였다. 왠지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 나 역시 취향을 쌓아가고 있다.
취향은 경험으로 살 수 있었다. 경험에는 돈과 시간, 에너지가 들어갔다.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거나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과정은 대개 유료로 진행되었다.
도전이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직접 해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내 취향이 아닌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재봉틀. 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손이 찔릴 것만 같은 공포에 등록하고 이틀 만에 포기했다.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점들이 언젠가 선을 이룰까? 선이 되지 않는다 해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 뿌듯한 마음은 이룰 수 있었다. 연말에 해보고 싶었던 2가지! 카이스트 산책하기(외부인 출입금지라 주변만 차로 한 바퀴 드라이빙^^;;), 피아노 버스킹이었다.
오늘로 2가지를 모두 이루었다. 밖에는 세밑 한파가 한창이지만 마음에는 훈훈함이 감돈다. 이루고 싶은 소망을 더하고 더 해보는 새해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