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안 그러는데, 이모는 차별하지 않는데
어떻게 엄마가 돼가지고 그럴 수 있어?
뒷자리에 앉은 첫째 조카 홍찐(별명)이가 울면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날 아침 10시에 만났다. 그것도 큰 이모인 내가 가고 싶었던 은진미륵이 있는 장소에서. 처음 왔을 때부터 이미 입이 나와 있었다. 어린이날과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마음대로 장소를 변경한 불만을 가득 담아서...
그러다 절에서 내려오는 길에 울기 시작했다. 달래주는 이모들에게 엄마가 싫다는 하소연에 엄마인 동생을 먼저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두 명의 이모와 조카 둘이 부여여행을 떠났다. 첫째 조카 홍찐이는 거의 한 시간을 차에서 울면서 하소연했다.
동생 찌유리는 생일날 케이크에 튀김, 떡, 쫄면, 치킨 등등 거기다 생일 선물도 4~5만 원에 고모까지 와서 축하를 해주는데 내 생일에는 케이크만 하나 있었고, 선물도 1~2만 원짜리였어ㅠㅠ 거기다 차에서 잠들었을 때도 찌유리가 자면 깰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내가 잠들면 그냥 막 깨워.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엄마도 맨날 오빠가 참으라고 이야기하고, 남자가 울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ㅠㅠ
나도 어린데~나도 어린이인데 왜 나만 참으라고 해? 나도 동생 태어나기 2~3년은 나한테 다 해줬다고 하던데, 그럼 나는 첫째니까 바라는 게 없어야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나를 차별해?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해? 내가 울어야만 이야기를 들어줘. 그리고 이해한다면서 다시 또 그래. 거기다 엄마는 같이 키즈카페 가기로 한 약속을 자꾸 어기면서 나 보고는 약속을 지키래. 같이 안 지켰는데 왜 나만 혼나야 해? 나쁜 생각인 거 아는데 나 가출할까 생각해 ㅠㅠ
엄마도 어렸을 때, 둘째라서 동생 때문에 대신 혼났다면서... 어떻게 어른이 돼서 그럴 수 있어? 왜 그때 그 마음을 잊은 거야? 난 지금 마음을 평생 기억할래. 그리고 내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절대로 차별하지 않을 거야!
12살이 된 조카가 부여 맛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었다. 너무 울어서 눈이 붓다 못해서 햇살을 받으니 눈이 따갑다고 또 울먹거렸다. 힘들다. 나도 휴가인데... 나도 놀고 싶은 어른인데, 어린이날 눈물 흘리는 어린이에게 나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올인했다.
맛집의 치킨이 맛있었는지 금세 기분이 좋아진 조카. "엄마도 데려올 걸 그랬네"라며 그렇게 미워하던 엄마를 찾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울고불고한 아이를 달래고, 차로 시내를 한 바퀴 드라이브하고, 저녁에는 집 근처 축구장을 몇 바퀴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첫째 조카의 마음이 풀렸는지, 집에 도착해서 전화가 왔다.
"이모 오늘 고마워. 그리고 우리 또 놀자~"
2022년 5월 5일, 부여 공기는 청명했고, 햇살은 뜨거웠다. 차 안은 눈물바다였으며, 나의 에너지는 사막처럼 말라버렸다. 나는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앞에 주차만 하고, 가고 싶었던 박물관은 마음으로만 구경하고 나왔다. 어른도 어린이날엔 마구 놀고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울먹이는 조카를 진정시키느라 부여를 마음으로 보고 나왔다는...
조카랑 내년 어린이날엔 같이 놀지 말아야지. 우리 다음엔 따로 놀자. 홍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