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조카의 어린이날 2(사랑)

by 그럼에도
이모 나 남친이 생겼어!


5월 5일에 만난 9세 어린이 찌유리는 나의 둘째 조카다. 첫째 조카가 우는 내내 조용히 자리만 지켰던 찌유리는 저녁쯤에 활기를 되찾았다. 그동안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었는데 이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5월 4일, 어제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장난처럼 고백을 했고, 고백을 듣던 친구는 "그래~사귀자"라고 했다고 했다.

우리는 찌유리에게 축하와 놀림을 동시에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5월 6일 저녁에 놀러 온 찌유리가 충격 고백을 했다.

9살 어린이의 아이패드 그림 (제목 : 달밤)

"이모~나 오늘 헤어졌어."


"왜?"


" 남친이 생겼다고 생각하니까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아파. 그리고 속이 울렁거려. 그래서 학교에 가서 헤어지자고 했어."


" 너 엄마한테 이야기했어?"


"아니~이건 내 문제야 이모.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 엄마랑은 상관없어."


"그리고 이모~ 이모들은 남친 있었음 좋겠지?"


뭐랄까? 이건 사랑인 거 같고... 음~그리고 조용히 들어주다가 조용히 어퍼컷을 맞은 것 같은 이 느낌. 그리고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고민하는 너의 모습에서 음~이모는 왜 웃음이 나지?


조카들을 어린이라고 가볍게 대하거나 쉽게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너무나 논리적이라서 오히려 어른들의 감정적인 이야기 구조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들과 대화를 할수록 나의 빈 틈만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그렸던 아이패드 그림을 보고 단숨에 10분도 안돼서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을 그려내는 찌유리의 솜씨에 또 감동 했다.


나이가 어른을 만들지 않는다. 어른도 어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고치고, 아이폰 업데이트처럼 주기적으로 새로움이 더해져야 함을 느꼈던 5월의 연휴였다. 이렇게 나의 연휴는 바람처럼 흘러갔다. 아이들과 울고 웃고, 산책하며 느꼈다. 아이들에게 늘 배우고 또 배우는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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