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요일 오후는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교육 일정으로 오게 된 낯선 도시에 갔다. 교육장소는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대중교통으로는 KTX역까지 너무 오래 걸렸기에 택시를 타기로 했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았기에 수업이 끝나고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기차 탈 시간이 딱 50분 남았다. 35분 정도면 간다고 했으니, 시간은 여유 있었다. 카카오 T 앱을 열었다. '일시적 장애'라는 단어가 나왔다. '약간 언덕쯤에 있는 장소라서 안 터지는 걸까? 폰이 문제인 걸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다. 몇 번 켰다 끄면 동작할 줄 알았다. 계속 처음 화면과 같은 상태였다. 내 머릿 속도 '정지 상태'가 되었다. 한 오 분은 가만히 핸드폰만 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여긴 내가 잘 모르는 낯선 도시다. 거기다 번화가도 아닌 구도심에 나는 서 있었다. 일단 건물을 나왔다.
갑자기 밖으로 뛰었다. 두 갈래 길 중에 왠지 차들이 다니는 길로 가고 싶었다. 조금 큰 길이 나왔다. 주변을 살폈다. 버스가 오고 가는 걸 보니 기다리다 보면 택시도 올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흔한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기차 시간은 점점 가까워 오고, 그다음 열차를 타면 약속 시간에 지각이다 ㅠㅠ
다행히 시간이 지나고 택시 한 대가 보였다.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정말 난 운이 좋았다. 택시 기사님도 카카오 T 동작이 멈추면서 나처럼 패닉 상태셨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다가 운 좋게 손님을 만난 거라고 하셨다. 카카오 T가 안된 지 한 시간도 넘었고, 손님도 뚝 끊긴 상태라고 하셨다.
나는 평소에 택시를 잘 타지 않는다. 탈 일이 거의 없다. 대중교통이거나 직접 운전하거나 애매하면 그냥 걸어간다. 오늘처럼 대중교통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만 타는 데 그런 오늘 '카카오 T'가 멈춰버린 날이라니...
난 정말 운 좋게 기차 도착 5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행운이 많은 나는 그 행운의 일부를 요금으로 드리고 싶었다. 20,100원 나온 요금을 21,000원으로 계산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아빠보다 연세가 많아 보이시는 기사님은 망설이셨다. 정확한 요금만 칼같이 계산하는 시대에 나 역시도 처음 해보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날은 꼭 더 드리고 싶었다. 부자는 아니지만 기사님 덕분에 제시간에 기차에 탈 수 있었으니까.
평소에 '지도 앱'을 켜고 살다 보니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을 상실했다. 어디 가서, 어떻게 환승하고, 몇 번 출구로 나가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하철에 타도 '노선도'를 보면서 가늠해보는 과거의 습관도 사라졌다. 난 핸드폰이 알려주는 소요 시간과 방향만 보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사라졌다.
이틀 동안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문자를 이용했다. 생각해보니 문자는 초면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었다. 길을 찾거나 밖에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는 모습도 나에게 사라진 풍경이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을 손쉽게 해결하다고 보니, '카톡 정지'상태에 나마저도 '일상 정지' 상태처럼 낯설었다. 편안함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원초적인 기능을 상실했다고나 할까?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니 이틀간의 '카톡 정지'가 준 피해는 불편함이 전부였다.(아, KTX를 놓칠 뻔했지만)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도 주었다. 창의력이나 낯선 시선을 갖기 위해 새로운 장소나 체험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상의 낯섦 또한 그 느낌이 강렬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잘 살만큼의 생존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실상은 '카카오'만 멈춰도 일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생각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주말의 경험을 글로 남겨서 어제를, 엊그제를 생각한다.
나는 작은 돌 틈에서도 자라나는 여리지만 강인한 한 포기의 식물이 되고 싶다. 작고, 약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아기자기한 매력과 당당한 생명력을 가진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