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길을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서

정재승, '열두 발자국'

by 그럼에도


p.182


과학자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모두 필요로 합니다. 하나는 어떤 가설이든 쉽게 믿지 않고 철저하게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이게 과연 맞을까, 이걸 내가 믿어야 할 근거는 충분한가,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회의하는 태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회의주의적인 태도가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선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도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이건 절대 말이 안 되는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단정 짓고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진실을 외면하는 도그마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이 두 가지 태도를 모두 지녀야 합니다.




이 책의 여러 가지 갈래 중에 이 부분에서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 이후 세상이, 기술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꼭 하나의 길만을 고집할 수 없고, 내가 모르던 기술과 서비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면 '구독 경제'라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나 역시 구독자가 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깐.


20대의 나보다 30대의 내가 좀 더 어려진 것 같다고나 할까 ㅎㅎㅎ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의 내 모습은 '나이 어린 꼰대'였다. 아는 것도 없었지만, 아는 몇 개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답은 하나였고,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거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떠올리기도 싫지만 난 그랬다. 지금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같은 표현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사람의 일이란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선택에 있어서, 판단에 있어서는 두 갈래 길 모두를 인정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회의주의적인 삶의 태도란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려 애쓰는 태도'를 언급했다. 일상의 에피소드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통계를 구별하는 능력에서 시작한다는 회의주의적 삶.


사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사는 데로, 남들 하는 데로 그렇게 쉽게 살았던 거 같다.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 영상에서 이런 나를 '인지적 구두쇠'라고 불렀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머리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심리학의 표현이었다.


나의 두뇌는 귀차니즘으로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나무늘보로 살았던 거 같다ㅋ이젠 뇌도 위장처럼 열심히 움직이고, 활동하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가득한 오늘.


구두쇠에서 널리 베푸는 은혜를 누리소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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