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경제 뉴스 제목을 보면, 예전 그때 생각이 난다. 만약 그때에 내가... 했더라면 지금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몸서리친다.
FOMO 증후군이라고 불리던, 나만 뒤처질까 두려운 그 마음이 나를 잠식했던 시간이 있었다.
부동산은 나와 먼 것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것이라며 담쌓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집값에 관련된 기사로 세상이 도배되고, 국토부 장관 욕은 사람들의 좋은 술안주가 되던 5년 전이었다.
나만 빼고, 다들 부동산에 그리 열심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주변 사람들이 '임장'이란 이름으로 주말마다 여기저기 부동산을 산책 장소로 삼는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난 그때 부동산은 커녕 '임장'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모임에서... (나만 미혼이었다) 유부들은 원래 잘 알거니 했지만 그러다 엄청난 소식을 알게 되었다. 분명 나보다 적게 버는 친구와 또 다른 친구가 이미 오래전에 '갭투기'에 성공했고, 거기다 그 집 앞에 곧 지하철이 뚫릴 예정이라고 했고, 한 친구는 갭투기에 갭투기로 학군 좋은 동네 대형 평수에 이사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정직원이고 친구보다 조금 더 규모의 회사였던지라 늘 밥값을 흔쾌히 내던 나야말로 거지였다. 정말 '벼락거지'. 늘 힘든 소리를 하던 친구들은 그것도 집값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던 것 같았다.
갑자기 나만 외딴섬에 남겨진 기분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벌이 나였다. 친구들은 다들 편하게 사는 여왕벌 같았다. 특히 늘 전업주부라고 툴툴거리던 한 녀석은 시세차익은 어림잡아도 직장인이 10년은 모아야 할 금액인 것 같았다.
아이도 잘 기르고, 돈도 잘 불린 녀석이 정직원이 아니라고 그렇게 우는 소리를 했단 말인가? 회사를 다니긴 했다만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불린 것도 아닌 나는 뭘까? 녀석들의 노후는 경제적 자유를 향해 가는데, 10년을 일해도 현상유지인 나는 이러다 노후빈곤으로... 길거리를 헤매는 무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다가왔다. 작은 사무실에 근무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갭투기에 갭투기를 반복하면서 대형 평수 집을 마련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돈 문제처럼 민감한 문제를 묻기엔... 그랬다.
그런 친구가 해결사처럼 다가오더니 본인은 이번엔 OO아파트를 산 이유를 말해줬다. 서울대에 많이 들어가는 학군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를 위해 벌써 서울대 입시를 준비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놀란 건,,,,언제나 세상일에 무관심해 보였던 녀석이 '맹모삼천지교'의 그 엄마가 될 줄 몰랐다. 자유로운 보헤미안에서 맹모로 변신한 녀석은 생소했다.
여하튼 그 녀석은 나에게 결혼은 안 했지만 너도 우리 단지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청난 결심이나 한 것처럼, 왠지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나도 성공할 것 같아서 곧 부동산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지하철역이 먼 그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 모두 매물이 없었고, 훨씬 더 오래된 산속 주공아파트 한 채만 매물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오르니, 볼 것도 없이 '묻지 마 투자'를 실행하라는 부동산 소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지도로 보아도 그 집은 정말 외딴 아파트였다. 거기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간이면 대전에서 KTX로 출근하는 게 회사 도착 시간이 더 빨랐다. 미친 집값은 아무리 갭투기라 해도, 나에겐 영끌로도 어려운 금액이었다. 귀가 얇고, 마음은 복잡했지만...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세상 루저가 된 기분으로 한참을 살고 있었다.
그때 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집값 폭등 시기에 그 녀석 말을 믿고, 집을 샀다면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과연 그 빚을 감당 가능했을까? 그때 나의 정지 브레이크는 이성이 아니라 능력 부족이었다. 그런 부족함으로 그때 그 녀석의 말을 듣지 못했던 거다.
그 녀석들은 집값이 오르기 한참 전에 샀으니, 지금 집값이 좀 내린다 해도 큰 타격은 아니겠지만... 물론 마음의 타격은 크겠지만... 내가 그때 불나방처럼 들어갔다면... 나는 브런치에 '부동산 파산' 스토리를 적고 있었을 것이다.
요새는 경제 뉴스나 동영상을 재미없어도, 가끔씩이라도 꼭 읽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 녀석은 내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쉽게 혹했던 내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내가 너무 가볍게 움직이면, 세상의 거친 바람은 더 쉽게 나를 날려버리려고 한다. 혼자라도 굳건히 내 자리를, 내 마음을 다잡아야 바람도, 비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먼저 이해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먼저 올 테니까.
그 녀석들은 일찍이 원리를 파악했고, 기회를 잡은 승자였다. 그리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나는 뒤늦게 뉴스를 보고 놀랐고, 오래 자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