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티치티뱅뱅

<책 속에 내 마음 두 스푼> 노명우, ‘세상 물정의 사회학’

by 그럼에도

p.17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활해서는 안 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우리는 좋은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술을, 그리고 좋은 삶을 훼방 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 좋은 삶은 그래서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요구한다. 좋은 삶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능숙히 사용해서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다.


중략


누구나 자신의 삶의 경험에 근거해 세상에 대한 해석을 내린다. 그 해석은 매우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내리는 세상에 대한 해석은 구구절절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직장 상사의 과장된 옛날이야기, 세상을 오래 살았기에 그 누구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하지만 그 풍부한 삶의 경험에 대한 자기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경험주의의 오류에 빠져 버린 노인들의 경로당 수다에 진절머리를 내본 사람이라면 그 절실함의 한계를 분명히 깨닫는다.




오늘 회사에서 짧은 시간 ‘사례 발표’를 했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실행했던 것을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자리였다. 내가 발표하고 듣던 선배님 중 한 명은 궁금증을 가장한 질문의 형식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왜 그것밖에 못했어?’, ‘왜 몇 개 더 하지 못한 거야?’ 내가 그 전임자라서 아는데, 더 할 수 있어 등등’을 말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마땅히 그럴 사람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시간의 인과 관계와 정보의 부족, 거기다 처음 맡은 지 몇 달 안되었으며,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순전히 나의 아이디어로만 움직였으니, 어디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대답은 했지만 어이가 없었다. 전임자인 다 아는 선배는 다 안다면서 그중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알기만 했다. 행동하지 않았다. 뭘 해야할지도 몰랐다.그리고 조금 아는 정보를 이용해서 후배를 전체 앞에서 비난하는 도구로만 사용했다. 그 사람이 노리는 바는 분명했다. 본인은 스마트한 인간이다. 후배는 잘 알지도 못하고, 결과가 나왔다고 하지만 스마트한 나란 인간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를 강조했다. 내가 발표하는 자리가 생기면 한결같이 비난하고,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니곤 한다.


선배를 더 무안하게 해 줄 방법을 나 역시 알고 있다. ‘그렇게 다 아는 선배님은 왜 그동안 못하셨어요?’를 말하고 싶었다. 단지 그 말을 하는 순간, 월요일 오전 회의는 ‘사례 공유’의 시간에서 ‘분노 공유’의 시간으로 바뀔 것을 아는지라 빨리 쓰레기를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에 조목조목 빨리 넘겨 버렸다. 그 뻔한 의도를 알지만 번번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인간을 어찌해야 하나?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이 피곤한 날, 그 아재가 더 피곤에 우울감을 더해 주었다. 근무 시간이 끝나도 남아 있는 마음의 찌꺼기.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다가 프롤로그에 꽂혀 버렸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공격도 필요한데 오늘 난 방패만 사용하고 왔구나. 좋은 삶을 위해서 방패 사이에 창이 있음을 알려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었다. 사람들은 팝콘 각으로 오늘 발표 타임을 보면서, ‘저 사람은 말이 거칠어서 그렇지,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라는 말로 나에게 2차 가해를 하곤 한다. 악의는 없지만, 생각이 짧아서 그런 거니 그러려니 하라고. 당신이 ‘만만’해서 그렇게 한 거뿐이란, 위로 같지 않은 말로 위로한다 ㅋ


위로는 내가 나에게!


좋은 삶, 한 번 밖에 안 사는 삶인데, 더는 피곤함 금지 ㅋ


그리고 라떼선배~ 그렇게 디스해봤자 나 못 이겨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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