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열린 루비

<책 속에 내 마음 두 스푼> 장석주, 대추 한 알

by 그럼에도


대추 한 알

장 석 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집에서 아빠가 대추나무를 키우다 보니, 나무를 가까이 볼 기회가 종종 있다.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바람 속에서도 잘 견뎌준 열매에 감사할 뿐!


이 시를 예전엔 좋은 시구나 하며 무심히 느꼈다면


올해는 마음 저리게 느껴지는 시의 한 마디 한 마디


작년까지의 평범한 보통의 일상이 코로나 시대에 와서야 평범함이 소중함이라는 생각을 일깨운 것처럼


모진 태풍을 견디고, 대추 한 알 한 알 빨간 루비처럼 나뭇가지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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