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보

어떤 선배

by 그럼에도

어쩌다 보니, 나는 신입 때부터 바로 밑에 신입 및 인턴사원을 챙기는 전담(?) 직원으로 살았다. 다양한 경험과 여러 가지 순간이 남아 있다. 정식 업무가 아닌 본연의 업무 이외에 추가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낯선 사람과 자극을 받는다는 것에서 동기 부여로 의미를 부여했다. 보람된 순간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시간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신입이라는 이름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취준생에서 대학교 4학년 학생들로 변경되었다. 그러다 십 년도 더 넘은 지금, 오랜만에 신입사원을 만나서 인수인계 하는 날을 앞두고 있다.


처음이다. 떨리고, 긴장되는 건. 기존에는 잠시 거쳐가는 인턴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이번에는 신입사원이고, 정식 업무였다.


내가 처음 입사한 스물다섯과 동일한 스물다섯의 신입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데자뷔라고 하는 이름처럼 과거의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기도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건 '라테가 말이야'시절의 기억이고 현재 신입은 벌써 사회생활 3년 차의 다른 사람이다. 세대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다. 물론 사람도 다르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어긋나서 '진상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꼰대와 선배 사이를 오고 가는 마음을 지나고 있다. 더하여 과거 꼰대 선배가 나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분명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고생했고, 다음 사람에게는 이러한 일들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일들과 지나친 배려가 독이 되었던 경험도 모두 떠올랐다. 배려에 고마워했던 사람도 있고, 그냥 그런 사람, 잘 나가는 선배가 아니라는 이름으로 정직원 발령 후에 모른 척하고 지나갔던 영악한 후배들까지 다양한 경험이 떠올랐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자산이 되어서 현명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할 텐데. 만나기 전부터 어디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해 본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띠동갑 넘게 차이 나는 사람의 말을 신입이 듣기에는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나의 습관적 노력, 지나친 배려(?), 가르치려는 선배 특유의 어조까지.


내가 하고 있는 많은 말을 줄이려고 한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까지, 타인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도움과 간섭 사이를 오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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