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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Aug 13. 2023

타인의 비난에...방패를 준비하다

 오늘 그래픽 관련 강의를 듣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클라이언트의 본사가 있는 지방의 한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높은 분(?)으로 보이는 분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더라는 것이었다. 

입 안에서 화살같이 빠르고 날렵한 무기가 날아들었다!

 "여기 디자이너 밖에 없잖아"로 시작하면서 흥분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경제학과 출신의 경제통이고 전문적인 그래픽 발주에 그래픽 디자이너들만 와있다는 것이 몹시 불쾌했었나 보다. 아마도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전문 용어와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었다. 디자이너라니? 그림만 그리고 이해도 못할 사람들만 와 있다는 생각이 그 분을 화나게 했다. 


 만약 내가 그 높으신 분 앞에 선 디자이너였다면 어땠을까? 얼굴이 하얗게 질렸서 아무 말도 못하지 않았을까?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은 우선 앉아서 발표를 들어보라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발표를 듣고 난 높으신 분(?)은 금세 '공부 많이 하고 왔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묵직한 한 방을 선물하셨다.


그럼 알아서 잘해주세요.


 시끄럽게 시작해서 콩트처럼 끝이난 계약 건이었다. 하지만 콩트로 끝나기까지 디자이너들은 관련 업계 사람의 특강,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 상태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어떤 위치적 힘 또는 상황적 흐름에 따라서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선물한다. 굳이 모멸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화살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준비와 결과물'로 승부한 것이다.


 분명 싸우지 않았지만 싸움에 비유한다면 조용히 자료를 분석하고, 공부해서 계약을 성사시킨 디자이너의 승리였다. 


 오늘의 이야기에 느낀 소감은 타인은 고칠 수 없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끄적끄적... 잠들기 전에는 낮에 스쳐간 작은 일들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잊기 전에 이렇게 작은 기록을 남긴다. 스쳐간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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