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래픽 관련 강의를 듣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클라이언트의 본사가 있는 지방의 한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높은 분(?)으로 보이는 분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더라는 것이었다.
"여기 디자이너 밖에 없잖아"로 시작하면서 흥분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경제학과 출신의 경제통이고 전문적인 그래픽 발주에 그래픽 디자이너들만 와있다는 것이 몹시 불쾌했었나 보다. 아마도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전문 용어와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었다. 디자이너라니? 그림만 그리고 이해도 못할 사람들만 와 있다는 생각이 그 분을 화나게 했다.
만약 내가 그 높으신 분 앞에 선 디자이너였다면 어땠을까? 얼굴이 하얗게 질렸서 아무 말도 못하지 않았을까?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은 우선 앉아서 발표를 들어보라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발표를 듣고 난 높으신 분(?)은 금세 '공부 많이 하고 왔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묵직한 한 방을 선물하셨다.
그럼 알아서 잘해주세요.
시끄럽게 시작해서 콩트처럼 끝이난 계약 건이었다. 하지만 콩트로 끝나기까지 디자이너들은 관련 업계 사람의 특강,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 상태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어떤 위치적 힘 또는 상황적 흐름에 따라서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선물한다. 굳이 모멸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화살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준비와 결과물'로 승부한 것이다.
분명 싸우지 않았지만 싸움에 비유한다면 조용히 자료를 분석하고, 공부해서 계약을 성사시킨 디자이너의 승리였다.
오늘의 이야기에 느낀 소감은 타인은 고칠 수 없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끄적끄적... 잠들기 전에는 낮에 스쳐간 작은 일들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잊기 전에 이렇게 작은 기록을 남긴다. 스쳐간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