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나를 뒤덮고 있었다. 근로 의욕이 높지 않았던 그때, 누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건 누군가의 몇 마디 말이었다. 옆 팀의 신입팀장이 인센티브 계획을 설명하기 전에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선배들은 연봉도 높고, 이런 인센티브 계획을 세운다 해도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문을 연 뒤, 사분기 인센티브 발표를 마쳤다.
신입팀장의 발표를 듣자마자 눈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신입사원과 나이 많은 선배로 두 갈래 나눠진 조직이었다. 팀워크를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 좋아 보였던 신입팀장은 조직을 두 갈래로 나눠서 말했다.
듣고 있던 신입들은 약간의 미소가, 듣고 있던 나이 많은 선배인 나는 뭔지 모를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염 팀의 신입팀장은 이후 회식 자리에도 근처에 갔더니, 같은 팀 직원들에게 나를 장황하게 설명했다.ㅣ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를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신입 팀장에서는 'OO팀장의 동기이며, 얼마나 나이가 많은지, 고향이 어디인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당황했다. 그런 당신은 얼마나 어리길래? 나보다 후배였던 팀장은 나이는 나보다 위였다.
여하튼 여러모로 기존 직원들을 깎아내리는 한 사람의 입이, 역설적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새로운 정보를 가장 먼저 제공했고, 워크숍에서도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게 그분이 깎아내린 기존 직원이 신입보다 활발해진 순간이었다.
그들이 뭐라 한들 뭔 상관이냐고 쿨하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 생활에서 경주마처럼 달리고 순위가 비교되는 현실에서 그리 쿨할 수는 없었다. 물론 기존 직원이라고 언제나 신입보다 낫다는 것은 아니다. 같이 근무하는 곳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인사고과와는 상관없이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가진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찬물을 끼얹어 주고 싶었다.
알고 있다. 신입팀장에게 신입 사원은 소중하다. 시작점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의 성과물은 팀장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마치 스승과 제자처럼.
하지만 기존 직원은 다르다. 이미 노선이 확실하고, 성과는 오로지 직원 본인의 몫이다. 팀워크는 몰라도 성과는 팀장의 기여도가 적었다. 그래서 팀장이 되면 신입직원들에게 열과 성을 쏟는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신입팀장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행자!
대신 혼자만 뛰지 않고, 옆 사람도 같이 뛰게 만드는 모티베이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옆으로도, 앞으로도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막말에 대한 반발감이 역행자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